![[문화산책] 포르투는 슬픔이었다](https://www.yeongnam.com/mnt/file/202410/2024102001000636000024531.jpg)
유럽의 중세 도시들이 그러하듯, 포르투의 골목길 발걸음 소리는 요란하다. 때 묻은 건물은 작은 카페들을 보듬고, 갈라진 돌 벽에 기대어 사랑을 속삭이는 이들은 에스프레소의 끈적한 향을 흩뿌린다. 아. 달달한 저 들. 채워내는구나. 아름다움이 이렇듯 쉽게 오는 것인가.
아줄레주 타일로 빽빽이 장식된 '상 벤투' 역 앞, 마이크를 준비하지 못했다는 한인 가이드가 "포르투는 여백을 좋아하지 않는 곳이에요"라고 들릴 듯 말 듯 내뱉는다. 이 의미 없는 혼돈을 온전히 받아들인다면 '다다'를 실천하는 셈이 된다. 왜일까. 왜 이 순간에 흔들리는 것일까. 여백의 부재가 '다다'의 혼란스러움과 맞닿아 있어서일까. 낡은 것이 순수하지 않다는 역설에 다가가려는 것일까. 불편해진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벗어나야 한다, 부디. 실랑이를 벌이고 나서야 가까스로 안도한다. 의외의 것을 받아들이는 데는 의외의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낯선 거리에게는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래햄 와이너리는 거대한 숲 같다. 벽안의 소믈리에가 익숙하지 않은 맛들을 하나씩 꺼내 놓는다. 사실, 이곳이야말로 이번 여행의 숨겨진 목적지가 아니겠는가. 곧 시음이 이어지고, 오후의 향이 기막힌 타우니 포트의 일부가 서서히 드러난다. 피니시의 여운은 길었고 와인은 정말이었다. 낮잠 같은 나른함이 여기저기서 가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도우루 강에 유기된 나룻배 '라베이루'는 서로를 향해 몸을 기울인 듯 보였다. 한때 와인을 운반하느라 분주했을 그곳에는, 다양한 정권들이 쏟아낸 가난이 가라앉아 있었다. 절절한 '파두'는 빈자의 고단함을 밀어내려는 그들만의 필연적 독학이라는 것을 서둘러 알아차린다. 별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날, 포르투는 끝내 별을 보여주지 않았다. 포르투는 슬픔이었다.
슬픔을 품은 서정적인 도시. 이러한 곳에서 잠시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저 솔체꽃 닮은 시를 와인에 담근다. 삭제해야 할 부분들은 그렇게 한다. 생각을 웃게 할 생각에 웃는다. 가져올 변화를 기분 좋게 안는다, 그러나 조금은 버거워한다. 서점 '렐루'는 매일 점심을 먹고 나서 들르면 되겠다. 삶이란 바람 같은 것이어서 잘 잡히지는 않지만, 어느 자리에서나 소중한 무언가를 남기기 마련이니까.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이니까.
고경아<시인·경영학 박사>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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