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다니는 무술 도장이 인연이 되어 20여 년간 친교를 이어가고 있는 김경철·은애리, 신동훈·권춘희, 이영화·이분이 씨 부부가 최근 제주도에서 리마인드 웨딩 촬영을 했다. <은애리씨 제공> |
김경철·은애리씨 부부 |
신동훈·권춘희씨 부부 |
이영화·이분이씨 부부 |
김경철·신동훈·이영화 씨.(왼쪽부터) |
세 쌍의 부부가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여 년 전 자녀들을 같은 합기도 도장에 보내면서 시작됐다. 도장에서 운동하는 자녀들을 위해 음식을 나누던 엄마들이 의기투합해 세 집이 모여 재미나게 놀자며 '쓰리쿵짝'이라는 이름의 모임을 가졌다. 자연스럽게 동갑내기 남편들이 합류하면서 친형제보다 더 애틋한 정을 나눴다. 제사를 지내고 나면 모여서 제삿밥을 나누고, 한 사람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면 그 가족의 끼니를 챙겨줬다. 이들은 "그냥 밥 같이 먹고 운동하며 함께 여행하다보니 모임 이름에 걸맞은 나날을 보내게 됐다"며 웃었다.
지난달에는 특별한 여행도 다녀왔다. '리마인드 웨딩 촬영'을 위해 제주도를 방문한 것. 이들 부부의 이번 리마인드 웨딩 촬영이 주목받은 것은 그 흔한 스튜디오(사진관)도 끼지 않고 전적으로 셀프촬영을 했다는 점이다. 아내들은 장롱에 묵혀둔 흰 원피스를 꺼내입었고, 촬영 전에는 서로 화장해 주며 화관을 만들어 씌워주었다. 셀카봉을 이용해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이지만 여느 작품 사진 못지않았다. 포즈도 마치 전문가가 연출해 준 듯 멋지게 나왔다. 이들은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비싼 드레스를 준비하지 않고도 배우자를 웃게 해주는 마음이 중요했다"며 "몸은 예전 같지 않았지만 마음만은 그때 그 시절보다 더 깊어져 행복했다"고 했다.
2022년 12월31일은 쓰리쿵짝에 잊을 수 없는 날로 기억된다. 홀로 된 어머니들을 모시고 경북 영덕으로 1박2일 효도여행을 떠난 것. 아내들은 김죽자(83)·이정분(89)·채송자(83)씨 등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위해 특별한 상(床)을 마련했고, 남편들은 각설이로 분장해 노래와 춤을 공연했다. 다음날 아침엔 팔순 노모와 함께 새해 일출을 보면서 새로운 정을 쌓았다. 서로 모르고 지내던 세 명의 할머니들은 여행 후 "그 할마씨는 잘 있다나"라며 안부를 묻는다. 은애리씨는 "우리는 네 엄마, 내 엄마가 따로 없다. 엄마가 오면 우르르 달려와 밥도 같이 먹고 놀아준다"고 했다.
조경희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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