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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窓] 인기영합주의에 무너지는 군(軍)과 의료

2024-11-08

[메디컬 窓] 인기영합주의에 무너지는 군(軍)과 의료
이준엽 (대구시 의사회 홍보단장·이준엽이비인후과 원장)

11월 2일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집회를 개최하였고 이에 국민의힘은 이를 이재명 대표 방탄 집회라며 반박하니 여야 갈등이 극에 달해 걱정이다. 이처럼 만나기만 하면 다투는 정치인들도 표만 된다 싶으면 이구동성으로 한목소리를 내곤 한다.

대선 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모두 20대 남성 표를 얻기 위해 사병 처우 개선을 내세워 내년에는 병장 월급이 205만원까지 오른다. 병역 의무만 강조하며 20대 남성에게 희생을 강요하던 과거 악습을 바로잡는 것은 긍정적 변화이다.

그러나 병장 월급이 급상승하면서 아이러니하게 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사병 월급은 오른 반면 간부 월급은 제자리이니 초급 간부나 병장이나 거의 같은 돈을 받는다. 복무 기간이 더 길고 책임은 큼에도 보수는 비슷하니 처우에 실망한 부사관의 전역이 급증하고 있다. 심각성을 느낀 국방부는 이제서야 처우개선을 하겠다고 하나 돈이 없어 오히려 내년 초급간부 처우 개선예산은 삭감될 지경이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인은 선거를 앞두고 인기영합주의 정책만 급조하고 재원 마련책은 조세저항에 부딪혀 표를 잃을까봐 외면한다.

의대 정원을 둘러싼 갈등 또한 마찬가지이다.

윤석열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의사가 부족해 필수의료 공백 사태가 벌어진다며 즉흥적으로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을 발표하여 수능을 코앞에 둔 지금 2025년 의대 정원은 4천500명으로 24년보다 50% 증원될 예정이다. 사병 급여 인상처럼 의대 증원도 표가 될 듯 하니 근거 하나 없이 일단 최대치로 불러 본 듯하다. 이에 반발해 의대생은 휴학하고 전공의는 사직하니 전문의 배출이 지연되어 필수의료 공백이 장기화되어 가고 있다.

필수 의료 기피는 의사가 적어서가 아니라 건강보험수가가 원가보다도 낮아 위험도 대비 보상이 적기 때문이다. 한국의 신경외과 전문의는 OECD 평균보다 3배 이상 많으나 대다수 전문의는 위험도 대비 보상이 적은 뇌수술을 포기한다.

건강보험평가원 기준 수술분야 원가 보존율은 82%이니 신경외과 같은 필수의료는 수술할수록 18% 손해라는 뜻이다. 병원은 전문의 중심으로는 수익이 안나니 전문의 대신 주 80시간 근무가 합법화된 전공의, 간호사로 인건비를 줄여 운영을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걸친 필수의료 특성상 소송도 빈번한데 보상마저 적으니 의사들은 필수의료를 기피한다. 거기에 정부에서 불난 곳에 기름 붓는 격으로 사명감으로 필수의료를 지키던 의사들마저 낙수의사라고 폄하하니 의사들의 탈필수의료 현상이 가속화되었다.

어떤 이는 의사를 무한정 늘리면 의사 급여가 적어져 낙수효과로 누군가는 필수의료를 할 것이라 한다. 의사 뿐 아니라 누구라도 급여를 줄이면 일을 열심히 하려 하지 않는다. 의사를 증원해 봐야 필수의료를 전공할 의사는 드물며 국가가 의료비를 정한 대신 일부를 건강보험에서 보조해 주는 현 구조하에서 의사 공급만 늘리면 전체 의료비 총액이 늘어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그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한국은 의사 근무시간이 기니 병원에 가기 쉬워 접근성이 우수하고 그만큼 진료 및 수술 경험도 쌓이니 의료 수준도 높다. 그리스의 경우 의사가 환자를 많이 봐도 근무 강도만 높아지고 급여는 동일하니 그리스 의사는 하루에 2명만 진료한다.

정치인은 솔직히 말해야 한다. 군대든 필수의료든 사명감, 증원이 아닌 처우 개선이 해결책이고 처우 개선에는 재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이준엽 (대구시 의사회 홍보단장·이준엽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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