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실상 재집권…강력한 보호무역
중국 제품 관세 높여 한국산 반사이익 기대도
달러화 강세 따른 산업계 파장도 예의주시
2024년 대구 주요 수출입 국가 |
관세 강화 등 강력한 보호무역과 미국 중심주의가 경제정책의 근간인 이른바 '트럼프노믹스 시즌 2'가 현실화되면서, 수출 중심인 대구경북 경제에 불확실성이 한층 확대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오고 있다. 대구경북에선 당장 지역 경제 수출을 견인하던 2차전지 산업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미국은 대구지역 수출의 주요 상대국이다. 관세 정책 변화로 수출 감소가 불가피해지면서 지역 주력제품으로 성장한 전기차 부품 및 2차전지 소재·장비 업종은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종료하겠다"고 거듭 공언해왔다. 한국 등 동맹국에 10%에 달하는 보편 관세 부과도 천명하는 등 강달러화(원화 약세)발 무역시장 역학구도에도 큰 혼선이 빚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구의 테슬라 협력사는 호재(?)
6일 트럼프 재집권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산업별 희비는 엇갈리는 양상이다.
'트럼프 2기'가 본격화되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총수출액이 최대 61조7천억원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도 올해 9월까지 대미 수출액은 총 15억6천700만 달러로 중국(16억3천700만 달러)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반면 ,미국 수입은 2억800만달러에 불과하다. 미국과 무역에서 완전한 흑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지역 수출시장에는 불확실성이 커졌다.
수출 기업들이 예의주시하는 환율도 불안요소가 자욱하다. 당장 이날 트럼프가 승기를 잡자, 원·달러 환율은 1천395.60원으로 전일대비 15.80원이나 상승했다. 환율 상승은 수출 측면에선 긍정적 영향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원자재 상승 등으로 인한 리스크가 커져 지역 산업계는 향후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근화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 차장은 "트럼프 재집권으로 미국 중심주의 흐름이 강해지고 관세정책 강화 및 바이든 정부 정책 무력화 시도가 예상돼 당분간 혼선이 빚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환율이 상승하면 기업들은 대금 지급 등 현금 운용에 불확실성이 클 수 밖에 없다. 원자재 수입 업체의 어려움도 커진다"고 우려했다.
전기차 및 2차전지 업계의 긴장 강도도 높아졌다.
트럼프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또는 생산·판매 보조금 축소를 공언해 왔다. 전기차 판매 보조금이 줄고, 2차전지 생산에 지원되는 세액공제까지 축소될 수 있다.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국내 기업들이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구도가 형성된다. 2차전지 양극재 소재 업계들의 미국 사업 계획은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미래를 바라보고 몇조원씩 투자를 한 것인데 IRA가 후퇴하면 미국 투자가 불확실해진다. 가뜩이나 캐즘(Chasm·일시적 수요정체)으로 침체한 투자 심리에 더 깊은 골이 생길 수 있다"고 걱정했다.
실제 이날 국내 2차전지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LG에너지솔루션은 7.02%, POSCO홀딩스는 4.32% 내렸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는 각각 8.63%, 7.61%씩 떨어졌다. 그나마 대구의 양극재 소재 생산기업인 엘앤에프는 0.43% 하락해 방어에 성공했다. 장비업체인 SMT(표면실장기술)을 보유한 대구의 코스닥 상장자 '와이제이링크'는 이날 주가가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두 기업의 공동점은 테슬라의 협력사들이다. 테슬라가 트럼프 당선에 배팅해 성공한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기술경쟁력 약한 것에 대한 자각도
일각에선 2차전지 업계에선 생각만큼 우려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를 공개 지지하는 등 미국 전기차 업계가 사전에 대응했고, 현지 진출한 한국기업은 대부분 연방정부가 아닌 주 정부 지원금을 받아 영향이 적다는 것이다.
대구의 2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는 프로 비즈니스맨이다. 미국을 커다란 기업체로 인식하고, 국민들을 배부르게 하는 것으로 지지를 얻는 인물"이라며 "분야별로 타격을 입겠지만, 특정 기업이 지대한 피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미국기업과 비즈니스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느냐가 관건이다"고 분석했다.
외부의 불확실성보다 국내 업계 기술 경쟁력의 입지 자체가 불안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훈 에코프로파트너스 대표는 "전기차가 '캐즘' 구간에 빠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시장은 20% 이상 성장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이 추세에 맞춰 20%대 성장을 한 반면, 국내 기업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중국 내수 성장으로만 중국 기업 약진을 설명할 수 없다. 그만큼 국내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가 좁혀졌거나 역전됐다는 관측이 있다"며 "전기차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트럼프발 위기는 결국 지나간다. 근본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확실한 기술 경쟁력을 갖추느냐가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중국 견제 정책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중국은 대구의 최대 교역국이다. 중국과 수출경쟁품목에 있는 대구의 섬유나 구미 반도체 등은 대미 수출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미국의 강력한 견제로 중국 완제품의 대미 수출이 줄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지역기업들의 중국 수출길도 막힐 수 있다. 이석기 대경섬유직물조합 이사장은 "지역 섬유 기업들은 미국-중국 간 역학관계를 면밀히 따져 실익을 찾아야 한다. 큰 변화의 물결에서 기회의 장이 열릴 수도 있다"고 했다.
윤정혜기자 hye@yeongnam.com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윤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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