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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유홍준 잡문집)…글쟁이 유홍준 '30여 년 잡문 여정' 고스란히

2024-11-08

발표했던 산문 중 '백미' 엄선
청·장·노년기의 시선 깃들어
글쓰기 비법까지 낱낱이 공개

[신간]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유홍준 잡문집)…글쟁이 유홍준 30여 년 잡문 여정 고스란히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는 베스트셀러 작가 유홍준의 지난 시간들을 빼곡하게 담아낸 책이다. 지난해 11월 영남일보 CEO아카데미 강연을 위해 영남일보를 찾은 유홍준. 〈영남일보 DB〉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이 30여 년 만에 산문집으로 독자를 찾아왔다. 문화유산 전도사, 문화재청장 등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는 500만부 신화를 쓴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작가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수십 년 동안 베스트셀러 작가의 자리를 내려놓은 적 없는 유홍준의 글쓰기 비법과 그의 '문장수업'의 이력을 낱낱이 공개하고, 신문 등 다양한 지면을 통해 발표해온 유홍준의 산문 중 백미를 엄선해 시대와 호흡하는 지성인의 고뇌와 서정을 느낄 수 있다.

작가 스스로 '잡문'이라고 말하는 이 글들은 길지 않은 분량 속에서도 촌철살인의 메시지가 빛을 발하며, 유홍준의 인간미 넘치는 매력과 특유의 입말을 살린 문체가 글에 윤기를 더한다. 금연 결심을 공개적으로 선언해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고별연'에서는 복잡한 세상사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유머감각과 인문정신이, 50년 지기 홍세화·김민기 등을 떠나보내며 쓴 추도사에서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세월을 뛰어넘은 우정이, 자신의 주례 선생인 리영희 선생에 대한 회고에서는 질곡 많은 현대사 속에서도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했던 지식인들의 교류가 감명 깊게 펼쳐진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글쓰기 비법뿐만 아니라 삶에서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풍요로운 인생을 사는 유홍준의 태도를 통해 인생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간]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유홍준 잡문집)…글쟁이 유홍준 30여 년 잡문 여정 고스란히
유홍준 지음/창비/264쪽/1만5천원

유홍준의 약력은 미술사학과 교수, 박물관장, 문화재청장,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등 이제까지 거쳐온 직함을 나열하는 데만도 한참이 걸릴 정도로 화려하다. 그러나 유홍준이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중요한 정체성은 바로 '글쟁이'라는 것이다 . 공식적으로는 1981년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44년 동안 미술평론가로서, 문화유산 전문가로서 신문과 잡지, 도록 등 여러 지면을 통해 쉼 없이 사회적 발언을 해 왔다.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는 예술과 시대와 인간에 대해 때로는 날카로운 분석으로, 때로는 한없는 애정을 담아 목소리를 내온 유홍준의 지난 시간들을 빼곡하게 담아낸 책이다.

이번 책에는 '유홍준 잡문집'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산문도 에세이도 아니고 잡문이라니, 그 단어가 주는 폄하와 멸시의 뉘앙스에 놀라는 독자도 있을 법하다. 유홍준은 자신의 글쓰기는 일반적인 산문 형식을 벗어난 '잡문' 성격이 강하다고 고백하며, 이는 젊은 시절에 루쉰의 잡문에서 받은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근현대 중국 문학을 대표하는 루쉰은 자신의 글을 잡문이라고 했지만 그의 글은 그저 잡문이 아니라 일상사에서 시작해 사상의 담론까지 이르는 글이었다. 유홍준은 자기 세대에게 '지식인의 표상'이었던 루쉰을 본받고자 신문 지면이 허락하는 짧은 글 안에서도 지식인으로서의 책임감과 '글쟁이의 현장은 원고지'라는 문사로서의 임무를 저버리지 않았다. 미술사학자로서 한국미가 지닌 아름다움을 우리의 일상에서 눈뜨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예술을 사회현실과의 긴밀한 연관 속에서 바라보는 통찰을 제공해 주었다.

그러나 유홍준의 글쓰기는 전문가의 글쓰기가 빠질 수 있는 함정에 걸려들지 않는다. 그의 시선은 관조하거나 방관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글쟁이의 잡문에는 아이다운 서슴없는 호기심, 청년의 활기와 패기, 중년의 관록과 노년의 통찰이 모두 깃들어 있다. 유홍준이 지난 30여 년간 발표해 온 잡문 중 백미만을 엄선해 엮은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를 통해 독자는 그가 삶과 예술의 변증법을 온몸으로 이해하는 풍요로운 성찰자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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