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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역사 앞에 거짓된 글을 쓸 수 없다

2024-11-11

모든 매체서 가짜뉴스 심각
특별한 의도로 왜곡땐 범죄
언론 공정성 회복 절실한 때
방송 패널 출연 전문가들도
책임있는 자세와 역할 필요

[아침을 열며] 역사 앞에 거짓된 글을 쓸 수 없다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대한변호사협회장)

미 대선이 끝났다. 언론의 지지율 분석과 실제 결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초기 해리스의 우세라는 기사가 많았지만, 민주당 지지가 다수라는 미국의 언론 지형 때문이고, 선거가 임박하면서 박빙으로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트럼프 당선을 예측하는 분석들이 있었다. 트럼프 당선이 가져올 급격한 변화를 두려워하는 우리 언론 역시 희망 섞인 지지율을 연일 보도하였다.

하나의 사실을 놓고 언론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대표적 사례로 나폴레옹에 대한 보도가 인용된다. 처음 엘바섬을 탈출하였을 때 '흉악한 식인귀, 소굴에서 탈출'에서 시작하여, 점점 파리로 가까워질수록 '코르시카의 악마' '괴물' '호랑이' '찬탈자' '폭군'에서 '황제 귀환'으로 변하다가, 마지막에는 '황제 폐하, 어제 튈르리 궁에 귀환. 신민, 환호로 맞이하다'로 끝을 맺는다.

1815년 프랑스 언론의 태도가 현재 대한민국에도 계속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과거에는 하나의 사실에 대한 한 언론사의 태도 변화가 비난의 대상이었다면, 현재는 같은 사실이라도 언론사의 입장에 따라 전혀 다른 논조가 전개된다는 것이 문제다. 기성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브를 비롯한 SNS와 같은 새로운 매체의 사실 왜곡도 심각하다.

선거 결과나 주가 변동, 영화 흥행 등 예측과 결과가 다른 것은 우리 사회에서 다반사이다. 세상사에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사실을 왜곡하는 기사를 양산하는 것은 범죄다. 정부마다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지만, 가짜뉴스를 정하는 기준이 참으로 자기중심적이다.

최근 선거 여론 조사를 조작하여 정국을 혼란에 빠트린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조차 검찰에 출석하면서 공정한 언론을 주문하는 자가당착을 보여주고 있다. 정보의 다수를 언론을 통해 취득하였는데, 어느 순간 믿기 어려워졌다. 판단의 균형이 무너질까봐 일부러 보수와 진보 언론을 번갈아 본다는 사람들도 주위에 많다.

소위 전문가라면서 방송이나 유튜브의 패널로 출연하여 곡학아세하는 자들을 보면 답답함을 넘어 분노가 치솟는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변호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입장에서 방송에 패널로 나오는 변호사 중 몇몇을 보면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한다는 변호사법 제1조가 낯 뜨겁다.

충분한 조사와 논리적인 해설로 사안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변호사들도 많지만, 얄팍한 법적 지식으로 어려운 법률용어와 낯선 법적 절차를 언급하면서 정치를 포함하여 세상사에 능통했다는 듯이 거침없이 말해대는 것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들 중에는 심지어 위법행위로 대한변협에서 징계를 받았거나 내부에서 손가락질을 받는 자들도 있다.

이런 탈선 변호사들이 정치 입문 후 방송 패널로 나오거나 방송 출연을 발판으로 정치권에 진입하고자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수한 인재들은 발 담그기를 주저하는데, 문제아들만 풍덩 뛰어들어 이전투구를 하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다. 학계나 언론 등 다른 직역에서도 비슷한 평가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을 쓰는 책상 위 펜꽂이에 "역사 앞에 거짓된 글을 쓸 수 없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2021년 제16회 기자의 날 기념품으로 받았는데 기자는 아니지만 글쟁이의 사명 같아서 항상 어떤 글을 쓰기 전이든 한번 쳐다본다. 기성 언론이든 SNS든, 말이나 글로 거짓을 만드는 모든 이들에게 역사가 지켜 보고 있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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