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미나토미라이21 준 후루키 기획조정부장이 미나토미라이21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미나토미라이21 사업 모델 모형. |
요코하마항 창고였던 건물은 미나토미라이21 사업을 통해 문화시설 '아카렌가'로 변신했다. |
시민들이 즐겨 찾는 러닝 코스. 이 곳은 한때 운행하지 않는 기찻길이었다. |
일본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의 야경. |
한국보다 먼저 지방 소멸을 경험한 일본은 일찌감치 지역 콘텐츠를 매개로 소도시를 되살리는 시도가 일어났다.
대표적인 도시가 요코하마다. 한때 도쿄의 '베드타운'이란 오명을 썼던 요코하마는 도심 재개발을 통해 오늘날 세계인이 찾는 도시로 거듭났다. 본사까지 이전하며 폐목장을 캠핑 필드로 조성해 지역민들에게 서비스한 '스노우피크'는 일본은 물론, 전 세계 취준생들의 노크가 이어지며 많은 인구를 유입하고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주고 있다.
◆도쿄의 베드타운 에서 '요코하마'로 독립
요코하마는 도쿄에서 35km 떨어져 있다. 차로 이동하면 1시간 정도 걸린다. 과거 요코하마는 도쿄 지역 수출입 업무가 이뤄지던 주요 항구였지만 제2차 세계대전 패망, 한국전쟁 영향 등으로 도심지가 파괴됐다. 반면, 도쿄는 무역회사 등이 옮겨가며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다. 결국 요코하마는 도쿄의 베드타운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요코하마시는 '독립적인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도심 재개발 프로젝트 6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지역 활성화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1965년 △도심부 강화사업 △뉴타운 건설사업 △고속철도 건설사업 등 6대 사업을 발표했다.
대표적인 사업인 미나토미라이 21은 '도심부 강화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다. 1983년 해안부 토지 조성 사업과 토지 구획 정리 사업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먼저, 요코하마 도심부를 분단하는 자리에 있던 미쓰비시중공업을 이전했다. 옛 조선소 부지와 바닷가를 매립한 부지를 상업, 문화 중심지로 만들었다.
대표적으로 요코하마항 창고였던 건물 2동을 '아카렌가'라는 문화시설로 탈바꿈시켰다. 1호관과 2호관에는 전시장, 상점, 레스토랑 등이 있다. 이밖에 퇴역한 니폰마루 범선, 운행하지 않는 기찻길 등을 활용해 러닝 코스를 개발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으로 놀라웠다. 지난해 미나토미라이 21 지구를 찾은 방문객이 무려 7천730만 명에 이른다.
요코하마시는 지역 소멸을 극복하기 위해 파격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요코하마에 본사를 이전하면 최대 약 500억 원(50억 엔)을 지원한다. 또 직원 50명 이상의 기업이 요코하마에 건물을 임차해 이전하면 한해 최대 약 10억 원(1억 엔)의 세금도 감면해 주고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 2009년 도쿄에 있던 닛산자동차가 이곳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한국의 삼성, LG도 이곳에 R&D(연구개발)센터를 건립했다. 지난해 기준 취업자 수는 13만4천 명, 사업장은 1천930개다.
요코하마의 성공 뒤에는 30년 동안 일관된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준 후루키 사단법인 미나토미라이 21 기획조정부장은 "요코하마 시장이 교체되더라도 사업의 개념은 흔들림 없이 유지했다"면서 "사업 과정에서 버블 경제 등 다양한 위기들도 찾아왔다. 그러나 일관된 정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추진했다"고 말했다.
일본 니가타현 산조시 시모다 마을에 위치한 스노우피크 본사 전경. |
전체 부지 약 500만㎡ 중 약 10%가 캠핑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
도쿄 출신 카와베 무토키씨는 스노우피크 본사에서 근무 중이다. |
스노우피크 본사에는 회사의 역사를 둘러볼 수 있는 박물관도 있다. |
스노우피크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는 니가타현의 농식품을 재료로 한 메뉴들이 판매됐다. |
캠핑족들에게 인기가 높은 '스노우피크'의 본사는 일본 니가타현 산조시 시모다 마을에 위치해 있다. 지난 2011년 일본 니가타현 산조시 중심에 있던 본사를 차로 30분 떨어진 이곳으로 옮겼다. 사업이 중단된 폐목장, 폐골프장을 잇따라 매입했다. 본사 이전과 함께 캠핑장, 식당, 온천, 숙박시설 등의 문을 열었다.
전체부지는 약 500만㎡(약 150만 평). 이중 약 10%가 캠핑장으로 사용되는데, 텐트를 가져올 시 이용료는 1인당 약 1만6천 원(1천600 엔) 정도다.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이 캠핑장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캠퍼들로 늘 북적인다.
스노우피크 관계자는 "보이는 곳 어디에서든 텐트를 설치해 캠핑을 즐길 수 있다"면서 "최대 260개까지 텐트를 설치할 수 있다. 4~11월이면 캠핑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가득찬다"고 말했다.
캠핑 필드를 저렴하게 제공하자 시너지가 났다. 캠핑용품 판매와 더불어 캠핑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것. 결과는 대박이었다. 본사를 이전한 2011년 일본 내 연간 매출은 350억 원 수준이었지만, 2021년 2천500억 원으로 훌쩍 뛰었다.
일본 전역은 물론, 세계의 젊은이들이 스노우피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독일인 토니 슈레가(26) 씨는 "내가 좋아하는 상품을 널리 알리고 싶어 이곳에 입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도쿄 출신인 카와베 무토키(28) 씨는 "일이 끝나면 이곳에서 캠프를 하고 바로 출근하기도 한다"면서 "도쿄는 무엇이든 과한 게 많은데 니가타현은 그렇지 않아서 좋다. 특히 스노우피크는 자연과 연관 있는 회사여서 좋다"고 했다.
스노우피크는 지역과의 협업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니가타현과 '협정'을 맺어 지역 농식품 및 특산품 등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실제로 이곳에서 운영 중인 레스토랑에는 니가타현의 농식품을 재료로 사용한다. 또 지역에 재해가 발생하면 텐트를 지원한다.
하로루 무라타 스노우피크 매니저는 "스노우피크가 들어오기 전 이곳은 허허벌판이었다. 이전 후 연간 5만~10만 명이 찾으며 니가타현이 살아나고 있다"면서 "지역 일자리가 발생하고 인구 유입 효과도 덤으로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글·사진=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KPF 디플로마-로컬 저널리즘 과정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정지윤 기자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