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보수'들까지 썰물 현상
尹 회견 포괄적이고 추상적
공천개입 '오불관언'식 답변
절대 위기에 두루뭉술 해법
'초윤장산' 감계로 삼아야
박규완 논설위원 |
# 10%대 지지율=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한국갤럽 17%, 문화일보-엠브레인퍼블릭 17%, NBS 전국지표 19%다. 최저치 경신에 저평가 흐름이 이어지는 추세다. 10%대가 상수로 고착화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구경북 지지율은 18~23%(한국갤럽). 2022년 3·9 대선 때 윤석열 후보는 대구 75.1%, 경북에서 72.8%의 득표를 획득했다. 이를테면 '찐보수'들의 썰물 현상인데 해석은 분분하다. 대통령-보수의 디커플링이 시작됐다는 주장과 윤석열-한동훈의 디커플링이 투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엇갈린다.
윤 대통령은 "전광판을 보지 않고 뛰겠다"고 했지만 국정동력 약화는 어쩔 수 없다. 내각제 일본에선 총리 지지율이 20%대면 위험수역, 10%대는 퇴진수역으로 평가한다. 기시다 총리도 10%대 중반에서 헤매다 결국 물러났다. 지지율 하락 탓일까. 조중동의 논조도 사뭇 달라졌다. 정부와 대통령을 질책하는 사설, 칼럼이 쉽게 눈에 띈다. 언론이 비판적으로 돌아서는 변곡점 '머로 순간(Murrow moment)'이 온 건가.
# 위기불감 회견=아니나 다를까. '끝장회견'을 예고했던 대통령의 지난 7일 기자회견은 '김 여사 방탄'과 '어쨌든 사과'만 남겼다. 윤 대통령의 답변은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었다. 정곡을 비켜 간 장광설로 일관했다. '무엇에 대해' 사과한다는 구체성이 없었다. 인적 쇄신은 "인재풀" 얘기로 눙쳤으며 '김건희 라인'은 "부정적인 소리"라고 일축했다. 공천개입과 여론조작 의혹엔 '오불관언'이라는 식으로 답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두루뭉술한 해법이면 돌파구가 열릴 리 없다. 여론도 부정적이다. 국민 69.8%가 "대통령 회견에 공감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리얼미터)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정치선동"으로 규정하며 거부할 뜻을 재확인했다. "지난 정부에서 김건희를 집요하게 수사했지만 기소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결백하다는 얘긴데 그렇다면 특검을 굳이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제3자 추천 특검'을 수용하면 민심도 얻고 국민의혹도 해소할 수 있을 텐데…. 대선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의 말을 소환해 본다. "특검을 왜 거부합니까. 거부하는 자가 범인입니다".
# 조롱의 대상=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국가지도자가 조롱과 경멸의 대상이 될 때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윤 대통령이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인터넷매체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와 김 여사의 7시간 녹취록에 나왔다는 황당한 내용이 대표적이다. "멍청해도 말 잘 들으니까 데리고 살지, 저런 걸 누가 같이 살아 주겠어요. 인물이 좋나, 힘이 세나, 배 튀어 나오고 코 골고 많이 처먹고 방귀 달고 다니고… 당신 같으면 같이 살겠어요?". 대통령실이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밝혔지만 대응이 너무 굼떴다. 사실인 양 세간에 회자된 지 오래여서다. 대통령이 '장님 무사', 김 여사는 그 어깨에 올라탄 '앉은뱅이 주술사'로 비하되는 것 역시 금도를 넘어선다. "무식하고 철없는 오빠" "쫄보 대통령" 같은 표현도 국가정상의 격엔 맞지 않는다.
하인리히의 법칙은 대형사고가 나기 전 수많은 사소한 증상과 소형사고들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전조가 있을 때 예방책을 마련하는 게 현자의 처신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위험 징후에도 불구하고 특단의 쇄신책을 머뭇거린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초윤장산(礎潤張傘·주춧돌이 젖어 있으면 우산을 펼쳐라)을 감계로 삼아야 할 때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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