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혐오로 재생산된 계층격차 불만
개인 감정 틀 넘어 사회 현상화 확장
권력·정치·인종 등 다양한 시각으로
7인의 전문가들 갈등 치유 방안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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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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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혐오는 한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논쟁이 되고 있는 '키워드'다. 무엇보다 어떤 대상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표적 집단에 대한 편견과 부정으로 이어진다. 이로 인한 갈등은 극한 대립으로 치닫게 되고 최악에는 국가 간 분쟁으로 치닫기도 한다.
이 책은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권력, 정치, 장애, 인종주의, 오리엔탈리즘, 학교 인권 등 다양한 주제를 중심으로 7명의 전문가들이 해법을 제시한다.
책에서 저자들은 심각한 빈부 격차와 사회적 안전망 해체로 인한 사회적 불만이 차별과 혐오로 재생산된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극우 정치가 준동하고 일상생활이 혐오로 오염되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특히 감정으로서의 혐오는 죄가 없지만, 혐오가 사회적 현상으로 확장되었을 때는 큰 문제가 된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한 사회가 임의로 자기 정체성을 상정하고 이에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을 배제하려고 들 때, 여기서 작동하는 혐오는 사회적 폭력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또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 이면에는 포퓰리즘 현상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포퓰리즘의 근저에는 본질적으로 혐오의 정서가 있다고 설명한다. 혐오는 일상이나 사회적 차원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지만, 정치의 공간으로 들어오면서 극우 포퓰리즘 정치가 만연하게 된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특히 과거에는 차별과 혐오를 완화하는 도덕적 장치들이 있었고 최소한 이것만큼은 지키자는 사회적 선이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돈'이 거의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면서 양심이나 윤리를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저자들은 이러한 이유로 국민과 공동체를 지켜야 할 정치가 오히려 혐오를 부추기고 선동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사회적 현실이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지만 다른 사람을 차별하거나 혐오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당장은 내가 누군가를 차별하고 혐오하는 위치에 있다고 해도, 거대한 차별과 혐오의 구조 속에서는 나도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나아가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지구상에 사는 그 누구도 인종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한국인은 인종주의의 피해자이지만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면서, 사람은 누구나 존엄하고 가치가 있다는 인권의 원칙을 되새겨야만 인종주의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손흥민의 인종차별 사례를 든다. 저자들은 우리나라도 손흥민이 당하는 인종 차별에 대해서는 매우 격렬하게 반응하고, 네티즌들의 반발도 어느 국가에 뒤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손흥민이 인종 차별을 당했을 때는 함께 공분하던 사람들도 다른 국가나 인종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대해서는 놀라울 만큼 무감각하다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밝힌다. 먼저 나 자신을 기준으로 삼으라고 당부한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존재가 아니고, 나와 같은 욕구와 필요를 지닌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다. 비장애인들이 좋은 차를 타고 싶으면 장애인도 좋은 차를 타고 싶어하고, 내가 크고 넓은 집에 살고 싶으면 장애인도 탈시설이 중요하겠구나 생각하면 된다고 말한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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