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내면적 고통과 사회적 부적응이라는 주제는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은 인간의 내면적 고뇌와 사회적 고립을 탁월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주인공 오바 요조의 자서전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 이야기는, 한 인간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고독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요조는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때부터 자신이 이해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시달렸다. 가족과의 관계는 물론,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는 늘 소외감을 느꼈다. 이러한 상처는 요조가 자신의 청소년기부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의 삶에 끊임없는 불안과 소외로 나타났다. 그는 자신의 존재 이유와 삶의 목적을 찾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그 과정은 번번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무력감으로 이어졌다. 결국 요조는 극단적인 선택을 반복하며 자신의 생을 마감하게 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겪는 존엄성의 위기와 사회적 부적응 문제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나는 요조의 고통이 단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라는 점에 공감했다. 타인의 기대와 사회적 규범 속에서 나 자신도 가끔은 본래의 모습을 잃고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다. 특히 요조의 죽음은 인간이 내면적으로 겪는 끊임없는 고뇌와 사회적 부적응을 상징하는 듯했다. 그의 삶은 외면적으로는 타인과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심각한 소외와 절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은 현대인이 겪는 심리적 불안과도 연결되며, 나 또한 이러한 불안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음을 느꼈다.
결국 '인간실격'은 나에게 삶의 방향과 자아의 의미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비록 지금 당장은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지만, 이 책을 통해 나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에 대해 한층 깊이 성찰할 기회를 얻었고, 앞으로도 이러한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며 성장해 나가고 싶다.
서종순 〈새마을문고 대구 서구 평리2동 동분회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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