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럽고 메스꺼우면 '이석증' 의심하세요
'평형유지' 속귀 전정기관 내 작은 칼슘 결정체 '이석'
반고리관으로 이탈해 어지럼증…퇴행성 주 요인
이석정복술 물리치료로 완치…비타민D 섭취 '예방'
중앙이비인후과 박재율 원장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수현기자 jsh10623@yeongnam.com |
어지럼증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할 수 있는 증상이다. 갑작스럽게 주변이 빙빙 도는 듯한 느낌이나 속이 메스꺼운 증상을 겪어본 적이 있다면, 이는 단순 피로나 혈압의 일시적 변화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석증과 같은 질환일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성인의 약 3분의 1은 일생 동안 중등도 이상의 심각한 어지럼증을 겪는다. 어지럼증은 발생 원인과 양상이 다양하지만, 이 중 가장 흔히 진단되는 원인 질환이 바로 '이석증'이다.
이석증은 특별한 전조 증상 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난 순간, 혹은 세수를 하기 위해 고개를 숙일 때 느껴지는 어지럼증은 이석증의 전형적인 양상 중 하나다. 젊은 사람들에게도 발생할 수 있지만, 대개는 나이가 들면서 이석기관의 퇴행성 변화와 관련이 깊다. 이석증은 비교적 흔한 질환이지만,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귀 속의 작은 돌, 이석
이석증을 이해하려면 먼저 귀의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귀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속귀(내이)는 두 가지 주요 기능을 담당한다. 하나는 달팽이관을 통해 청각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정기관을 통해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전정기관은 크게 난형낭과 구형낭, 그리고 세 개의 반고리관으로 구성된다. 이 중 난형낭과 구형낭에는 작은 칼슘 결정체인 이석이 존재한다. 이석은 평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머리나 몸이 움직일 때 이석이 감각세포를 자극해 우리 몸이 방향과 움직임을 인지하도록 돕는다. 문제는 이석이 제자리를 이탈해 반고리관으로 들어가는 경우다. 이석이 반고리관 안에 머무르게 되면,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이석이 반고리관을 자극하며 심한 회전성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이석은 매우 작은 칼슘 입자로 구성돼 있어 한두 개가 떨어져 나간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이석이 떨어지면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석증의 원인
이석증은 대부분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 이석기관의 퇴행성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도 머리 외상, 비타민D 부족, 골다공증이 있는 경우 이석증의 위험이 증가한다. 또한 메니에르병, 돌발성 난청, 전정신경염 등 귀 관련 질환을 겪은 이후에도 이석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렇듯 원인이 다양한 만큼 특정 요인에 지나치게 집착하기보다 치료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과 진단
이석증의 가장 두드러진 증상은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어지럼증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잠자리에 눕거나 고개를 돌리거나 높은 곳에 손을 뻗을 때 어지럼증이 유발되는 경우가 많다. 특징적으로 주변이 빙빙 도는 느낌과 함께 구토, 구역감, 식은땀 등이 동반된다. 이석증은 환자의 증상을 유발해 진단하는 방식으로 확인된다. 환자를 눕히거나 고개를 특정 방향으로 돌릴 때 회전성 어지럼증(현훈)과 함께 눈이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안진(nystagmus)이 나타나면 이석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안진은 반고리관이 과도하게 자극받아 발생하는 증상으로, 환자는 주변이 도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석증은 이석이 위치한 반고리관에 따라 앞반고리관 이석증, 외측반고리관 이석증, 뒤반고리관 이석증으로 나뉜다. 또 이석이 단순히 반고리관 내를 떠다니는지, 감각세포에 부착되었는지에 따라 세부적으로 분류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의료진은 다양한 검사 기기를 활용해 이석의 위치와 상태를 면밀히 확인한다.
◆간단하지만 중요한 치료법
이석증은 이석정복술이라는 물리치료로 치료할 수 있다. 이석정복술은 반고리관 내에 떠다니는 이석을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방식으로, 의료진이 환자의 머리와 몸을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는 절차다. 이석정복술은 대부분 12회의 치료만으로 증상이 크게 호전되며, 평균 23회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 약물은 이석증 치료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된다. 약물은 주로 구역감이나 어지럼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장기간 복용은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약물이 졸음을 유발하거나 인지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낙상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약물 사용은 반드시 단기간으로 제한해야 한다.
◆재발과 예방
이석증은 약 30%의 환자에게서 재발할 수 있다. 그러나 재발하더라도 대부분 이석정복술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 재발을 방지하는 확실한 방법은 없지만, 규칙적인 운동과 비타민D 섭취, 골다공증 예방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머리를 거꾸로 하는 자세를 피하거나 머리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재발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석증은 치료 가능한 질환이다. 이석증을 경험한 환자는 과도한 걱정보다 "치료하면 된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석증의 발생이나 재발로 인한 불안감이 오히려 만성 어지럼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환자는 편안한 자세로 생활하며 증상이 재발하면 신뢰할 수 있는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기자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