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L 코리아' 도 넘은 희화화 논란
〈게티이미지뱅크〉 |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전성시대입니다. 다들 즐겨보는 방송 프로그램 하나쯤은 있을 듯합니다. 지난해 한 이커머스를 정기 구독하니 OTT 이용권을 주더군요. 저는 그 OTT에서 가장 핫한 프로그램을 즐겨 봤습니다. 코미디 프로그램입니다. 역시 우리는 해학의 민족이라 생각했습니다. 현실을 재미있게 잘 풍자했습니다.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정치인들까지 초대해 과감하고 파격적인 풍자를 선보였습니다. 이 점은 프로그램의 정체성이자 인기 요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뿐만 아니라 많은 대중에게 사랑 받았습니다.
그런 프로그램이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한강 작가의 내성적인 말투와 몸짓을 과장해 흉내내서였습니다. 프로그램은 그저 웃음의 소재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시청자들 사이에선 엇갈린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누군가는 "그냥 과장된 유머일 뿐"이라며 가볍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런 한편 다른 누군가는 "당사자에 대한 조롱"이라며 불쾌함을 드러냈습니다.
그렇다면 코미디는 어디까지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요. 코미디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습니다. 1. 영상 웃음을 주조로 하여 인간과 사회의 문제점을 경쾌하고 흥미 있게 다룬 연극이나 극 형식. 2. 남의 웃음거리가 될 만한 일이나 사건. 인간 생활의 모순이나 사회의 불합리성을 해학적으로 표현한다고 합니다. 결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장르입니다. 그래서 다른 진지한 장르보다 사회 비판적 주제나 정치적 이슈를 수월하게 공론화합니다. 즉 '풍자'의 역할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풍자와 조롱이 한 끗 차이라는 것입니다. 풍자를 의도해도 자칫 잘못하다간 조롱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논란도 그런 점에서 시작됐습니다. 이제 더 이상 약자에 대한 풍자는 통하지 않는 시대입니다. 해당 프로그램이 사랑받던 이유도 약자 대신 권력자들을 신랄하게 풍자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권력자로 생각되지 않는 이의 조건을 희화화해 조롱이란 비판이 일었습니다.
결국 코미디가 어디까지 선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표현의 자유'와 '시대적 역할'이란 두 키워드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됩니다. 비하의 의도가 없었다면 유머는 유머일 뿐이라는 말이 나오는 한편, 의미 없는 유머를 배제하고 시대정신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위클리포유에서는 이런 논란 가운데 코미디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살펴봤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그저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해봅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조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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