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구공항 불법주차 1544건, 지난해 2배
공항 내 주차장 1631면 "턱없이 부족해"
불법주차 과태료 4만원, 3일 주차비용보다 적어
주차시설·연계교통 확충 등 지자체 지원 필요
22일 대구 동구 대구공항 내 순환도로. 양 가쪽 차로가 불법주차 차량에 점령당했다. |
22일 대구 동구 대구공항 내 순환도로. 양 가쪽 차로가 불법주차 차량에 점령당했다. |
22일 대구 동구 대구공항 내 순환도로. 양 가쪽 차로가 불법주차 차량에 점령당했다. |
22일 오전 10시쯤 대구 동구 대구국제공항. 대구공항 앞마당을 한 바퀴 도는 순환로 양 가쪽 차로는 이미 불법주차 차량에 점령당한 상태였다. 결코 좁지 않은 일방통행 도로(4~5차로)임에도 2개 차로나 막힌 탓에 일부 구간은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시야를 가린 불법주차 차량에 한 시민은 도로를 횡단하다 달려오는 차와 맞닥뜨리는 아찔한 장면도 포착됐다. 박지수(28·달서구)씨는 "올해만 세 번째 대구공항을 찾았는데, 올 때마다 도로를 가득 메운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눈살이 찌뿌려진다"며 "왜 단속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대구공항이 불법주차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질적인 주차 공간 부족에 단속까지 허점을 드러내며 문제는 악화일로다. 대구공항의 불편은 곧 대구의 이미지와도 직결되는 만큼,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대구 동구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대구공항 내 불법 주·정차 적발 건수는 1천544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적발 건수(776건)의 2배에 달한다. 2년 전(382건)보다는 4배가 넘는 폭발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용객 대비 턱없이 부족한 주차시설 때문이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여행 수요가 급증하며 현재 대구공항에는 하루평균 1만 명이 넘는 이용객이 찾고 있다. 하지만, 공항 내 주차시설은 1천631면뿐으로, 이마저도 직원용 주차장 200면이 포함된 수치다. 특히 국제선 활성화로 인해 주차 순환율도 크게 떨어지면서 주차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게 대구공항 측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주차시설 확충은 마땅치 않다. 공항 주변에 추가 주차장을 조성할 부지가 부족한 데다, 기존 주차장 확장 공사는 공항 이용객들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대구경북(TK) 신공항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현 공항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불법주차 단속도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현재 대구공항에는 고정식 CCTV 단속 카메라 2대가 운영 중이지만, 커브 구간 등 주요 장소는 단속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이동식 단속은 운영되지 않는다. 직원들이 직접 발로 뛰며 안전신문고에 올리는 방법도 있지만, 하루 1인 3건 제한에 막혀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불법주차 차량에게 부여할 페널티가 약한 점도 불법주차를 부추기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불법주차 과태료는 4만 원이지만, 사전납부 시 3만2천 원으로 낮아진다. 반면, 공항 주차장 하루 이용료(주말·공휴일 기준)는 1만5천 원으로, 사흘만 주차해도 과태료보다 비싸진다. 일부 이용객에게는 불법주차가 '합리적 선택'으로 둔갑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이다.
대구공항은 대구경북의 관문이자, 외지인에게 대구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곳이다. 공항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주차난 해소는 사실상 어려운 만큼, 지자체 차원에서 단속 강화와 주차시설 확충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세워야 한다는 분석이다.
대구공항 관계자는 "이용객 증가와 더불어 불법주차가 급증하고 있지만, 단속과 주차시설 모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연계교통을 늘려 주차 수요를 분산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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