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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범의 시선] '제발 뭐라도 해라'

2024-11-25

미장은 세금, 국장은 원금
미장, 코인 시장에 돈 몰려
자영업, 붕괴 직전의 위기
정부와 정치권, 싸움 골몰
국민과 소통 하며 일 해야

[조진범의 시선] 제발 뭐라도 해라
편집국 부국장

'미장을 하면 세금을 내고 국장을 하면 원금을 낸다.' 최근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말이다. 미국 주식에 투자를 하면 돈을 벌어 세금을 내고, 한국 주식에선 아예 투자금을 잃는다는 뜻이다. 그만큼 한국 주식시장은 매력이 없다. 돈을 벌기 힘들다 보니 탈출하기 바쁘다. 미국 주식이나 코인 시장으로 돈이 몰려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지난 21일 기준으로 1037억4900만달러(약 145조 8192억원)에 달한다. 반면 국내 증시 대기성 자금으로 꼽히는 투자자 예탁금은 계속 감소해 50조원을 밑돌고 있다. 또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국내 코인 거래소인 업비트의 일일 거래 대금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합산 거래대금을 뛰어넘는다는 보고서가 발표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올초 한국 증시의 고질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을 발표했다. 상장 기업이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배당 확대 및 자사주 소각과 같은 조치를 취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증시를 강화하는 게 밸류업 프로그램의 목표다. 갈 길이 멀다.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고려아연이 대표적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9월말 발행주식 전체의 20%에 육박하는 보통주를 주당 67만원에 발행한다고 공시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았다. 경영권 분쟁에서 지분율 우위를 점하기 위해 회사가 돈을 빌리고는, 주주에게 빚을 갚게 한다는 비판이었다.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 속에서도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며 주당 89만원에 자기 주식을 공개 매수한 직후라 더욱 그랬다. 고려아연은 금융감독원의 제동을 받고 결국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했다. 주주환원 문화에 대한 인식이 정착되지 않았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밸류업 프로그램 성공을 위해선 좀 더 꼼꼼한 '장치'가 필요하다. 기업의 '선의(善意)'에만 기대해선 국내 증시의 체질 개선은 이뤄지기 힘들다.

국내 증시만 어려운 게 아니다. 경기침체와 고금리의 영향으로 자영업은 붕괴 직전의 위기에 몰려 있다. 당장 대구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파산 및 폐업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10월 대구지방법원에 접수된 법인파산 신청 건수는 92건이다. 2022년(50건), 2021년(53건) 대비 급증했다. 또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역 사업자의 폐업 건수는 4만537건(법인 2천401건·개인 3만8천136건)이다. 2022년 3만4천759건에 비해 16%(5천778건)가량 증가했다. 대구만 이런 게 아니다. 전국의 자영업자들이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상황이 이런 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윤 정부가 들어서고 '윤석열 노믹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경제 정책의 방향성을 체감하기 힘들다. 아니, 방향성이 있는 지조차 불투명하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정치 싸움'에만 골몰한다. 경제 문제도 정치적으로 변질시키는 어이없는 일들을 수시로 자행하고 있다.

'트럼프2.0 시대'를 맞아 경제 대격변이 예고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자국 우선주의'에 대한 대응 전략이 있다면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과 소통하면서 경제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 싸움질은 그만하고 일 좀 하라는 게 국민의 명령이다. 제발 뭐라도 해야 한다.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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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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