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심 법무법인 율빛 대표변호사 |
최근 지인의 결혼식에서 반려견이 하객들에게 딸로 소개되며 엄마 아빠의 결혼 반지를 전달하는 화동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요즘 말로 참 신박했다. 무대에 올라온 강아지가 어리둥절 해하더니 신랑이 "생강아~"라고 이름을 부르자 신랑·신부에게 냅다 달려가던 모습은 부모에게 달려가는 여느 아이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그곳에 있던 하객들이 전부 박수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반려동물이 가족이라는 말이 정말로 실감 되었다.
우리나라는 초 저출산 국가이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21명인데, 이는 대략 가임기 여성 3명 중 2명은 아이 1명씩을 출산하고 나머지 1명은 아이를 가지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반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하나가 아닌 둘 이상을 키우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주변인에게 자식을 소개하듯 몇째 딸, 몇째 아들이라고 하고, 상대도 이를 낯설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들이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키우는 셈인데, 그런 부부들의 숫자가 증가하면서 생긴 문제가 또 신박하다.
부부가 이혼하면서 반려동물의 양육권을 두고 다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의 양육권 다툼이라니… 변호사인 나도 아이들의 양육권 문제만 다루었지 반려동물의 양육권 다툼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부부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머지않아 반려동물의 양육권 문제가 이혼부부에게 큰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반려동물을 아무리 자식처럼 키운다고 해도 자식이 될 수는 없다. 「민법」 제98조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동물은 이 중 유체물로서 물건으로 취급된다. 즉 우리 민법상 동물은 재물이다. 이 말은 현재의 법상으로는 이혼 부부에게 반려동물의 문제는 양육권이 아닌 재산분할 문제이고, 부동산이나 자동차 등의 재산과 같이 다루어진다는 것이다. 재산이면 나눌 수 있어야 하는데 반려동물은 나누어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서로 키우겠다고 주장하면 참 난감할 것 같다. 누군가는 "누구야~"하고 이름을 불렀을 때 반려동물이 달려가 안기는 사람이 키워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하고, 또 누군가는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비용을 부담한 사람에게 권리가 있을 것 같다고도 한다.
또 하나 문제는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키우다 보니 누군가에 의해 반려동물이 다치거나 죽었을 경우 기르던 사람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할지 여부이다. 현재 민법상 반려동물은 재물이고, 재물의 손괴에 대해서는 금전적으로 환산하여 손해배상을 하면 되는데, 반려동물이 가족과 같은 의미를 지니다 보니 기르던 사람의 입장에서는 단순한 재물로서의 배상만으로는 손해의 전부를 배상받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든 문제는 현재의 법상으로 반려견의 지위가 재물에 불과하다 보니 발생하는 것들이다. 동물보호법 제1조에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이 법의 목적임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2021년 법무부는 동물을 생명체로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에 따라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 상정된 이후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었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현 세태를 생각하면 반려동물의 지위에 대한 조속한 민법 개정 등을 통한 새로운 법적 정리가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법무법인 율빛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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