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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 핵직구] 대전환의 시대

2024-11-27

[돌직구 핵직구] 대전환의 시대
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은 유전(流轉)한다"고 했다. 동양에서도 '자연은 고정된 질서가 아니라 변화(易)한다'고 한다. 계절도 사시사철의 변화가 있고, 인간 개인에게도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존재한다. 국가와 사회도 건국·도약·번영·쇠퇴기를 거친다. 유라시아 대륙을 장악했던 페르시아와 알렉산더 제국도, 서양문명의 발상지였던 그리스·로마 제국도 그 과정을 거쳤다. 막강한 경제와 문화력을 뽐내던 중원의 원·명·청(元·明·淸)도 흥망성쇠를 겪었다. 2024년 달력의 마지막 한 장을 남겨두고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역사적 대전환기(grand transformation)를 맞고 있다. 변화의 방향과 속도가 빠르고 폭이 넓다. 현상적 변화와 구조적 변화가 중첩되어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국제 안보와 경제의 복합적 충격파가 다가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구조적 문제까지 겹쳐져 불안감이 더하고 있다. 두 개의 전쟁(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하마스)은 종식될 예정이지만,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 그 이후 국제 정세는 어떻게 전개될지 걱정이다. 더욱이 북한이 참전하면서 우리의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북한은 참전 대가로 최신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고, 막대한 참전 비용과 신식 무기를 획득하고, 종전 이후 미국과 일대일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관계의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경제 또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영향을 받고 있다. 우리 주식 시장이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다. 우리 수출품에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경우 심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장기적 저성장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에 이중부담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성장률이 3% 이하로 떨어졌다가, 2020년 팬데믹 충격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작년에 1.4% 그리고 올해 2.2%가 예상된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실업이 증가한다. 소득이 줄어들고 내수가 침체되고, 기업 도산과 신용불량이 속출한다. 외국인 투자는 줄어들고, 국내 기업은 해외로 탈출한다.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는 심해지고 사회적 갈등과 대립은 격렬해진다.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율이 떨어진다. 사회적 신뢰는 무너지고 공동체는 해체된다. 악순환의 제1의 원인이 경제이다. 미국의 신정부와 경제안보의 빅딜이 필요하다. 동시에 과감한 경제 구조 개혁, 경제 영토의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여야 정치권은 무능·무기력 그 자체이다. 진영 간 이전투구만 벌이고 있다. 정치의 본질이 '권력 투쟁'이지만, 최소한 목적의식은 요구된다. 국가 어젠다와 해결 방안을 둔 경쟁이라면 치열해도 나쁠 게 없다. '87체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정치 쇄신과 공공부문의 대혁신도 필요하다. 국회의원의 특권 감축, 정부 규모 축소, 공공기관 민영화, 과감한 규제 철폐, 다층적 행정 구조개혁 등 할 일이 많다. 트럼프 정부의 '신보수주의(new conservatism)'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공자는 '주역 계사전'에서 "군자는 기미(幾微)를 알기 때문에 일 처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기미란 어떤 일이 막 시작되려고 하는 미세한 조짐을 의미한다. 대전환은 이미 시작되었다. 국가 리더십을 확고히 세워 우수한 국민들이 일치단결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대한민국 국운 융성의 시대를 열어나가길 기대해 본다.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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