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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칼럼] 위험천만한 단일대오

2024-11-29

[이재윤 칼럼] 위험천만한 단일대오
이재윤 논설위원

이재명의 억울함은 이해한다. 다른 사람도 아닌 검사 임은정(대전지검)조차 "수사가 아니라 사냥"이라 했다. "사냥감을 잡을 때까지 사냥은 끝나지 않는다"는 참언(讖言)도 남겼다. 가장 낮은 첫 허들('선거법 위반' 재판·징역 1년 집행유예 2년)부터 걸려 넘어져 위기에 빠졌던 이재명은 훨씬 까다로운 두 번째 허들('위증 교사' 재판·무죄)을 무사히 통과, 기사회생했다. 그를 대체할 '플랜B' 논의 시점을 빠르면 두 번째 허들쯤으로 봤던 반이재명 비민주당의 기대는 여지없이 깨졌다. 이재명 운신의 셈법은 훨씬 어려워졌고 그를 둘러싼 경우의 수는 더 복잡해졌다.

12개 혐의를 다투는 5개 재판이 여전히 기다린다. 대법원까지 갈 땐 최대 15번의 선고를 받아야 한다. 15개 허들 중 막 두 번째를 지났을 뿐이다. 1승 1패? 1승은 의미 없다. 유죄+무죄=유죄다. 1패로 의원직 상실, 10년 피선거권 박탈, 선거비용 434억원을 토해내야 하는 일종의 '부고 예고장'을 받아들었다. 한 번의 무죄에 환호작약하는 건 큰 착각이다. 수사 중이나 아직 기소되지 않은 사건이 3건 더 있다. 한 번이라도 걸려 넘어지면 그것으로 종 친다. 실낱같은 희망이다. 통과율? 1%는 될까. 솔직해질 필요 있다. 판도라의 상자 맨 밑에 남은 최후의 재앙이 '희망'이다. 희망이라는 이름의 고문. "희망은 모든 악 중에서도 가장 나쁜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고통을 연장하기 때문이다." 니체의 통찰이다.

이재명은 검찰의 전방위 수사에서 생환한 DJ나 룰라(브라질 대통령), 트럼프를 자신과 빗대지만, 왠지 바이든이 연상된다. 패장 낸시 펠로시(전 미 하원의장·민주당)의 후회("바이든 사퇴 너무 늦었다")가 이재명의 '고통 연장'과 오버랩 되는 이유다. 이재명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야당의 시간을 갉아먹는다는 사실은 민주당 지지자들에겐 불편한 역설(逆說)이다. 결국 '지지율'이 이재명의 운명을 결정할 터이다. 바이든을 손들게 만든 것도 '지지율'이었다. 내년 봄쯤엔 '진퇴를 실기(失期)하면 정권 교체를 실기(失機)한다'는 위기감이 민주당을 짓누를 것이다.

장관·검사탄핵에 장외집회·특검·국조·개헌까지 민주당은 가진 무기를 다 던질 태세다. 억울한 줄 안다. 대통령과 그의 가족, 정부 여당 인사에 대해서는 무혐의, 불송치,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이재명과 그와 연루된 인사에 대해서는 압수수색만 수백 회다. 먼지떨이·표적·인디언 기우제식·별건 수사 같은 온갖 방식의 수사는 임은정이 말한 '사냥' 그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가족과 친구, 친인척, 지인을 놓고 흥정하는 토끼몰이식 수사는 비열하다. 검찰이 그 셈을 치를 날이 언젠가 온다. "정권이 교체되면 검수완박은 99%"라는 유시민(작가)의 농반진반 예언이 점점 진지한 예고처럼 들린다. 그러나 어쩌란 말인가. 죄가 드러나면 벌을 피할 수 없다. 죄 있는 것과 수사의 공정성은 별개의 문제다.

책임 있는 정치인은 당과 자신의 리스크를 분리한다. 그게 정상이다. 이재명은 자신의 리스크를 당과 모든 지지자까지 하나로 꽁꽁 묶어 버렸다. 승률 1%(?)에 모두의 생사를 건 위험천만한 '단일대오' 진(陣)이다. 꼭 2년 전 칼럼(11월25일자 23면)의 제목이 문득 떠오른다. 2년이 지난 뒤 같은 말을 재차 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포스트 이재명을 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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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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