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자아감' 판매하고 소비자는 SNS 전시로 '진정한 나' 과시
진정성 강박이 자유 훼손…삶에서 추구해야 할 자신만의 진리 찾아야
'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의 저자는 진정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게티이미지뱅크> |
에밀리 부틀 지음/이진 옮김/푸른숲/248쪽/1만8천원 |
정치 관련 뉴스를 보다 보면 자주 접하게 되는 단어는 '진정성'이다. 특히 국민은 정치인이 무엇인가 잘못했을 때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 그 사과가 진정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사과의 내용과 그 방식, 형태가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진정성이 없는 사과라며 또다시 국민의 비난을 받게 된다.
실제 진정성은 정치 영역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서 주목하고 있다. 구글 검색 결과에 따르면, 지난 1개월간 '진정성'이라는 키워드로 작성된 뉴스는 우리나라에서만 약 5만여 개에 이르렀다. 지난해 미국 사전 출판사 메리엄웹스터는 올해의 단어로 'Authentic(진정한)'을 선정하기도 했다.
영국의 문화비평가 에밀리 부틀은 '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에서 21세기 시대정신이 된 진정성을 조명한다. 진정성은 진정한 자아와는 다른 방향으로 우리를 밀어내거나 끌어당기는 외부의 힘에 맞서는 개념으로 쓰이며,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기준이 됐다.
저자는 이 같은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삶의 목표를 제공하고 자기 성찰을 교리로 삼는다는 점에서 진정성은 세속의 종교와 닮았다"고 설명한다.
책에선 진정성의 다양한 의미를 짚는다. 첫 번째는 사물의 진정성으로, 어떤 물건이 진짜이고 그것이 표방하는 바와 같음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질적 측면의 진정성이다. 예를 들면 '진정성이 있다'는 말을 소탈하고 유기적이며 공감 가는 것의 동의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세 번째이자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건 자아의 진정성이다. 각 개인이 실현해야 할 고유한 자아, 맞추어 살아야 할 자신만의 진리가 있다는 개념이다.
저자는 무엇이든 진정성에 가닿아야 한다는 생각에 의문을 가지라고 말한다. 특히 우리가 늘 진실이 현재 이곳이 아닌, 미래나 다른 시공간에 있다고 여기는 상황에서 진정성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예를 들면 현재 기업들은 물건이 아닌 '자아감'을 팔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새로운 규범이 된 진정성은 전통적인 성공의 개념에 영합하거나 의존하지 않고 더 '당신 자신이' 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제품만 양산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특정 제품을 구매해 '진정한 나'가 되고, 그것을 소셜 미디어에 전시함으로써 '진정성'이 만들어진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됐다. 각 장은 '셀럽' '예술' '제품' '정체성' '순수성' '고백'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우리가 유독 진정성 여부에 집착하고, 진정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여기는 영역을 살펴본다. 책에선 대중문화와 철학을 결합하는 형태로,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 자신이 되라고 주장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이념을 해체하고, 진정성에 대한 강박을 부추기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특히 저자는 이 책에서 진정성 문화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혼란을 가중하거나, 더 많은 문제를 유발하는 영역에 대해 짚어보고자 했다.
저자는 "진정성은 본래 자유를 추구하는데, 그것이 하나의 교리가 될 때 오히려 자유를 빼앗는다는 것이 바로 진정성의 역설"이라며 "우리가 '자신의 진실에 따라' 살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좋은 일이겠지만,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는 개념에 나는 이의를 제기한다"고 주장한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최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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