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SNS로 정보 얻고 # 가치관 따라 구매하고 # 무소유 대신 특별한 경험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수현기자 |
"AI·SNS 매거진으로 빠르게 정보 얻어요"
기존 중장년층이 신문이나 잡지, 방송 등을 통해 정보를 접했다면, 이들은 온라인에 최적화돼 있다. 특히 AI와 인스타그램을 활용하는 데 적극적이다. 최근 여러 패션 플랫폼에선 AI를 활용한 제품 추천 알고리즘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에이블리가 운영하는 남성 패션 플랫폼 '4910(사구일공)'이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적용한 'AI 개인화 추천' 기술이 있다. 경북 경산 김동준(27)씨는 "유행, 마켓 랭킹 등에 관계 없이 내 취향에 맞는 패션 스타일을 AI가 추천해준다. 검색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빠르게 구매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Z세대, AI·인스타그램 적극 활용
계정 구독해 정보 단시간에 얻어
가격보다 신념 고려한 '미닝아웃'
친환경·동물 복지 등 기준 삼아
소비 인증하는 '놀이' 문화 확산
긴 글보다 짧은 텍스트를 소비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단시간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도 뜨는 중이다. '인스타그램 매거진'이 대표적이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선 각종 트렌드를 알려주는 온라인 매거진 계정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이는 카드뉴스 형식으로 핵심적인 내용만 담겨 있다는 장점이 있다. 패션, 뷰티, F&B, 문화예술, 연예계, 여행, 에세이 등 콘텐츠의 종류도 다양하다.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계정을 '구독'만 해두면 그때그때 올라오는 정보를 빠르게 접할 수 있다. 문화예술 이슈를 쉽게 설명해 전하는 한 매거진 계정은 지난 28일 기준 46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친환경·동물 복지…소비도 가치관 따라
Z세대는 단순히 가격과 품질만으로 구매를 결정하지 않는다. 가치관과 신념에 따른 소비를 지향한다. '미닝아웃'으로 일컬어지는 행태다. 미닝아웃은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에서 나온다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이 결합한 신조어다. '가치소비'의 일환으로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김용섭 소장은 그의 저서 '결국 Z세대가 세상을 지배한다'에서 "미닝아웃에 가장 적극적인 건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라며 "나이로 보면 10대 후반부터 20대, 30대 초반까지를 포함한다"고 했다. 이들이 특히 관심을 갖는 친환경, 동물 복지, 여성 인권 등이 기준이 될 때가 많다. 대구 수성구 박선영(25)씨는 "몇 년 전 오래 소비하던 유제품 기업이 여성을 젖소에 비유해 논란이 됐다. 이후 온라인을 통해 동종업계 기업 중 여성 친화적인 기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현재까지 그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세대에서도 제품을 선택할 때 윤리적인 부분을 고려하는 경향은 있다. 차이가 있다면 Z세대에선 미닝아웃이 보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놀이' 문화에 가깝다. △선행을 베푸는 가게에 적극적으로 찾아가 소비하는 일명 '돈쭐내기'(돈으로 혼쭐을 낸다는 긍정적 의미의 신조어) 문화 △특정 기업을 불매할 때 타사 제품을 소비한 '인증샷' 올리기 △브랜드의 논란이 된 발언을 밈(Meme)으로 사용하며 풍자 등이 대표적이다.
오마카세·아날로그 등 이색 경험 추구
물질적인 소유보다 경험에 투자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팝업 스토어 등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행사장, 독특한 맛집, 이색 명소 방문 등 특별한 순간을 만들기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지갑이 얇지만 오마카세를 찾는 이유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소비자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2.7%가 '오마카세 등 고급 레스토랑에 방문하는 것이 경험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고 답한 가운데 20대(84.4%)에서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사회초년생 김모(여·25)씨는 "처음엔 가격 때문에 망설였지만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해 방문했다"며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 나에게 주는 특별한 이벤트 같았다"고 말했다.
팝업 스토어 등 직접적 체험 선호
고급 레스토랑 방문도 "특별 경험"
LP 등 중고·아날로그 제품 인기
"적극적 자기 표현+유행에 민감
가치·경험 소비로 자신 드러내"
이런 이유로 중고·아날로그 제품도 인기다. 과거 즐겨 입던 옷부터 시작해 필름카메라, 콤팩트 카메라(일명 똑딱이), LP 등이 이들 사이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대구 중구 박재흥(59) 빅카메라 대표는 "최근 옛 디카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주 고객은 10·20대 젊은 여성들이다. 부모님이 사용하던 카메라를 수리하러 오는 중·고등학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명예교수(소비자학과)는 "Z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디지털을 일찍 접한 세대라 그간 이성에 비해 감성적인 부분이 충족되지 않았을 것이다. 콤팩트 카메라 등은 아날로그 제품으로 감성을 주는 요소인데, Z세대에겐 생소해 더욱 관심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험하지 못한 부분이라 더욱 호기심을 끈다는 것.
이 같은 소비 행태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Z세대가 자신을 나타내는 데 적극적이고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이 두 특성이 반영돼 나타난 결과라는 것. 박태경 영남대 교수(경영학과)는 "젊은 세대는 환경이나 동물 복지 등에 대한 정보를 SNS를 통해 많이 접하기에 해당 문제들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다른 세대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이를 소비함으로써 남들에게 자신을 보여줄 수도 있어 가치소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경험 소비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만족을 위해 이색적인 곳에 가지 않는다. 카페를 간다고 했을 때, 커피 맛만 보기 위해 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진을 찍고 SNS에 '인증샷'을 올림으로써 일종의 자랑을 하기 위한 것도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조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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