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없는 병원에 환자 수용은 현실 무시"…의료계 강력 반발
응급의료 체계 개선 없이는 또 다른 비극 반복될 우려
대구소방안전본부 대원들이 대구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영남일보 DB> |
대구가톨릭대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선목학원이 응급환자 수용 거부와 관련, 정부의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을 정당하다고 판단한 법원 판결<영남일보 2024년 11월25일자 6면 보도>에 불복, 항소했다. 이 사건은 법적 정의와 의료 현장 현실이 충돌하며 응급의료 체계의 근본적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응급의료 한계 드러나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양(17)이 4층에서 추락해 중상을 입었다. 하지만 대구 지역 여러 병원이 치료를 거부했다. 응급실 부족과 배후 진료과 부재를 이유로 환자를 수용하지 못했고, 결국 A양은 숨을 거뒀다. 복지부는 이를 조사한 뒤 대구가톨릭대병원을 포함한 일부 의료기관에 행정처분을 내렸다. 법원은 대구가톨릭대병원이 응급환자로 의심되는 환자에 대한 기본적 1차 진료조차 하지 않은 채, 구급대원 설명만으로 환자 수용을 거부했다고 판단했다. 복지부는 이를 응급의료법 위반으로 보고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단 대한응급의학회는 병원 항소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학회 측은 "법률 대리인에게 의학적 논리를 제공하고, 항소 재판부에 학회 명의의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료진이 지적하는 문제의 핵심은 응급실 자체가 아니라 그 뒤를 받쳐줄 배후 진료 시스템 부재다. 대구지역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환자를 받아도 최종 치료병원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며 "환자가 악화되면 초기 치료를 담당한 응급실 의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법과 현실 사이 모호한 경계
현재 논란은 응급의료법이 명시한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 해석에 집중돼 있다. 복지부는 최근 지침을 통해 응급 의료자원이 부족한 경우,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했다. 그러나 이 사건엔 해당 지침이 적용되지 않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박단 전공의는 최근 본인 페이스북에 "신경외과 의사가 없어 최종 치료가 불가능한 병원에 환자를 무조건 수용하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응급실이 무리하게 환자를 받으면 환자에게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응급의료 현장에선 이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경북대병원 교수로 퇴직한 뒤 달서구에 개원한 B 의학박사는 "최종 진료를 하는 배후 진료과 자원이 부족할 때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뇌동맥류가 파열된 서울 대형병원 간호사 사망 사례에서도 알 수 있지 않나"며 "응급환자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응급실 의사나 병원에 대한 처벌이 행해져선 안된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응급의료 체계 전반의 한계를 드러내며, 의료진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현재의 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이번 항소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든,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응급의료 법적·제도적 논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