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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화된 규제 사라진다…태아 성별 고지 허용

2024-12-02 18:44

헌법재판소 “규제는 기본권 침해” 위헌 판단 후속 조치

남아선호 쇠퇴와 사회 변화…의료계 “늦었지만 합리적”

사문화된 규제 사라진다…태아 성별 고지 허용

임신 32주 이전에도 태아 성별을 고지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문화된 규제를 개선하고 부모의 알 권리를 보장한 이번 조치는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의미있는 변화로 평가받는다.

이번 개정안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른 후속 입법 조치다. 정부 공포 즉시 시행된다.
앞서 헌재는 지난 2월, 태아 성별 고지를 금지한 기존 조항에 대해 "남아선호 사상이 쇠퇴한 현재, 태아 성별 고지와 낙태 사이의 연관성이 유의미하지 않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헌재는 "모든 부모의 기본권을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필요 최소한도를 넘는 규제"라며 법 조항 실효성을 부정했다.

강형옥 대구시의사회 기획이사(산부인과 전문의)는 "이번 개정은 늦었지만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미 의료 현장에서 임신 32주 이전 태아 성별 고지는 흔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이를 금지하는 법은 현실과 괴리가 컸다"고 했다.

의료계는 이전부터 해당 규제의 폐지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산부인과학회는 "남아선호 경향이 크게 줄고, 여성의 경제적·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과거와는 다른 시대적 상황이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남아를 선호해 셋째 아이를 계획하는 경향은 2010년대 초반 이후 급격히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출산율 변화 양상을 보면 자녀성별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사례는 사실상 자취를 감춘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통계로도 입증된다.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지의 97.7%가 태아 성별을 알 수 없는 임신 16주 이전에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태아 성별 고지가 인공임신중지에 미친 영향이 미미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강 이사는 태아 성별 고지를 의료진에게만 제한했던 기존 법의 모순도 꼬집었다. 그는 "태아 성별 고지는 대개 부모 요구로 이뤄지며, 의료진은 이를 전달하는 역할에 불과하다"며 "그럼에도 규제는 의료진에게만 적용돼 형평성에 어긋났다"고 비판했다.

실제 부모가 초음파 영상을 인터넷에 업로드해 비의료인을 통해 태아 성별을 확인하는 경우는 법적 제재를 받지 않았다. 이같은 현실은 법의 실효성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게 만들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사문화된 규제를 뒤늦게나마 정비한 건 의료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부모와 의료진 간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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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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