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우 (전 고양특례시의원) |
나는 영천을 본가로 두고, 대구에서 자랐다. 대구 상원초등, 능인중, 대륜고를 거쳐 지금까지도 대구·경북은 내게 단순한 고향을 넘어 삶의 뿌리이자 정체성의 일부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언론에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지방 소멸'이라는 단어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출생아 수는 줄고, 지역 경제는 활력을 잃어가며, 청년들은 고향을 떠나고 있다. 고향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마음 한구석을 늘 차지하고 있다.
지방 소멸은 단순히 통계상의 숫자 감소가 아니다. 고향이라는 공동체의 해체이며, 지역 정체성의 소멸이다. 각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그 지역에서만 가질수 있는 기억, 고향에서의 학창 시절 추억이 나와 후배 세대들에게 영원히 전해질 수 있을까. 이러한 상황에서 대구시와 경상도의 통합 논의는 단순한 행정 개편을 넘어 지방 소멸 위기에 대한 대담한 대응이라 할 수 있다.
혹자는 행정구역 통합이 지방소멸의 해결책이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지방소멸의 해결책이 아니라, 지방소멸이라는 복잡한 고차 방정식을 푸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내가 고양특례시의원으로 활동하며 느꼈던 점은 지방자치행정의 효율성이 지역 발전의 기초 동력이 된다는 사실이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핵심적으로 추진하던 사업은 경기도의 적극적인 협력이 없으면 현실화 되기 어렵다. 오히려 발목을 잡는 경우도 더러 봤다. 고양시 핵심사업이었던 CJ 라이브시티 조성 사업은 경기도가 CJ라이브시티와의 협약해제를 함으로써 사업이 무산됐다. '경기도의 적극적인 의지,협력이 있었다면 과연 무산되었을까'라는 의문을 시민들은 가지고 있다.
또한, 국토교통부 장관실 청년보좌역으로 일하며 국토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수도권과 비 수도권의 격차 문제를 체감했다. 이를 줄이기 위해 많은 대책과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지만, 그 중 특히 지역 단위의 강력한 통합과 비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고양특례시의회에서 예산을 다뤘던 경험을 돌아보면, 행정 통합은 중복된 조직과 비용을 줄이고 주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회가 된다. 특히, 대구·경북의 통합은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추진할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는 것이다. 나아가 교통망 확충과 공공서비스의 일원화를 통해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경북 주민 삶의 질 개선은 곧 타지역으로부터의 인구유입의 요인이 될 것이고, 청년들에게는 기회의 공간 이 열릴 것이고, 출산율은 증가하는 등 다방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이 나비효과처럼 퍼질 것이다.
나는 아직 영천의 따뜻함과 대구에서 보낸 학창시절의 향수가 남아있는 곳곳의 거리를 그리워하고 살고 있다. 하지만 이 땅이 미래 세대에게도 똑같이 소중한 고향으로 남을 수 있을지는 현재 우리의 선택과 행동에 달려 있다.
대구·경북 통합은 단지 하나의 행정 구역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고향을 지키기 위한, 그리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지속 가능한 고향'을 만드는 출발점이다. 지방소멸 위기를 넘어 새로운 지역 균형 발전의 모델을 만들어 가는 여정에 작은 역할부터 함께하겠다.
정연우 (전 고양특례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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