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야당 사과와 감액안 철회' VS 민주 '정부 증액안 제출' 팽팽
추경호 "민주당 사과 없으면 어떤 협의에도 응하지 않아"
박찬대 "민생과 경제 회생 위한 증액안부터 만들어 오라"
민주 10일 단독으로 예산안 처리 가능성 내비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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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정 위원장이 야당 단독으로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여야가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10일까지 여야 협상을 촉구했지만, 국민의힘은 '야당의 사과와 감액안 철회'를,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증액안 제출'을 전제조건으로 각각 내걸며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3일 민주당이 국회 예결특위에서 감액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것을 사과하고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사과와 강행 처리 예산 철회가 없으면 어떤 협의에도 응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운운하면서 증액을 얘기하려면 단독 처리 전에 협상해야 했다"고 말했다. 원내 지도부 역시 민주당의 사과가 없다는 지도부 간 대화 혹은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 서범수 사무총장은 "북한이 위기의식이 고조될 때마다 쓰는 얄팍한 수법이 미사일·오물 풍선 같은 도발 강행인데, 민주당이 딱 그렇다"며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위기의식 속에서 예산을 틀어쥐고 국민을 볼모로 할 수 있는 모든 도발을 퍼붓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여당의 사과 요구를 일축하면서 민생 예산을 증액한 수정안을 가져오면 협의에 나설 뜻을 밝혔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와 국민의힘이 털끝만큼이라도 민생과 경제 회생을 바란다면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그만하고 민생과 경제 회생을 위한 증액 예산안부터 만들어서 갖고 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예산안 합의가 불발될 경우 10일 단독으로 안건을 처리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 협의가 계속 진행 중"이라며 "대통령실과 정부 측, 여당이 (민주당에) 사과를 하라고 하는데 그것은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특히 '오는 10일 민주당이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여야의 대치는 예산안 협상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양보하는 제스처를 보일 경우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치권에선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오는 10일 합의된 예산안이 나올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감액안에서 삭감된 검찰·경찰·감사원·대통령실 특수활동비와 정부 예비비,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등을 원상 복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협상을 시작하더라도 권력기관 특활비 전액 삭감 등 원칙은 지키면서 2조원 규모의 지역화폐 예산을 증액하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접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4일 본회의에서의 감사원장·검사 탄핵 표결, 10일 본회의에서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 일정도 여야 협의를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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