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포 사고수습대책본부 현장 스케치
2차사고 방지 문무대왕호 투입
해경·소방·어민 노력에도 난항
예인선 추가 투입해 작업 계획
김장철 젓갈용 새우잡다 참변
감포 주민 "남의 일 아냐" 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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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5시43분께 경북 경주시 감포읍 앞바다에서 어선과 대형 모래 운반선이 충돌, 어선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해경과 소방 구조대원이 구조된 선원을 감포항으로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저인망 작업하는 그물이랑 이런 게 로프로 배 뒤까지 연결돼있다 아입니까. 그걸 잘라내야 배를 수월하게 끌고 옵니다."
9일 오후 3시30분쯤 경주시 감포항의 해양경찰청 감포 파출소. 통합재난 상황운영실이 꾸려져 있다. 운영실 내부 해양경찰 관계자들은 사고를 수습하느라 분주했다. 회의를 거듭하던 해경은 2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문무대왕호를 투입, 금광호를 예인키로 했다. 하지만 금광호는 의도와 달리 감포항 쪽으로 끌려오지 않고, 바다 바깥으로 밀려나는 상황이 이어졌다. 곁에서 현장 모니터를 초조하게 지켜보던 어민들은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한 어민은 "배가 뒤집힌 상황인데, 저인망 그물에 납이 달려 있어서 지금 바닥에 깔려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예인선으로 끌어오려고 해도 앵커 역할을 해서 제대로 끌려오지 않는 상황이다. 배 후미에 연결된 끈을 잘라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해경은 곧장 해상 현장에 연락해 이 의견을 전달하고, 잠수부를 투입해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전복된 배를 바로 세우는 방법을 알려주는 어민도 나왔다.
김성식 강구수협 조합장은 "두 차례 뒤집힌 배를 되돌린 경험이 있다"면서 "배가 뒤집힌 상태에서 끌고 오면 항구 바닥에 끌려 안쪽으로 진입이 어렵다. 금광호가 작아서 옆 쪽을 잡아당기면 똑바로 세워진다. 다시 넘어가지 않게 동시에 앞쪽에서 끌어당기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어민 모두가 하나가 된 모습이다.
해경과 어민, 소방당국 노력에도 금광호 예인 작업 1차 시도는 실패했다. 해경 측은 문무대왕호에 이어 예인선을 추가 투입해 2차 예인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사고 수습 현장 인근의 주민들은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굴렀다.
금광호 선장과 잘 아는 사이였다는 이상언(57)씨는 "같은 뱃일을 하는 사람이고 평소 형, 동생 하던 사이인데 이런 큰 사고가 났다"며 "야간 작업을 하고 복귀하다 보면 졸기도 하는데 사고가 난 양쪽 선박 모두 졸음운전 때문에 미리 대응하지 못한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또 다른 어민은 "바다에도 도로처럼 교통 규칙이 있다.이렇게 사고가 난 건 졸음운전 탓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고 목격자도 생존자도 없으니 원인을 어떻게 알겠나. 추운 날씨에도 생계를 위해 바다에 나갔다가 이렇게 황망하게 세상을 떠서 너무 허무하다"고 비통해 했다.
건어물 가게를 운영 중인 이모(65)씨는 "사고 희생자 중 외국인이 절반이 넘는다고 들었다. 젊은 나이에 타국에 돈 벌러 왔다가 목숨을 잃었으니 얼마나 속상한 일이냐 "고 했다.
감포지역 주민들은 큰 슬픔에 빠졌다. 사망한 선원 대부분이 감포 지역민들이다. 남의 얘기가 아닌 바로 자신들의 일로 생각했다. 감포읍 마을 주민들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 침울한 분위기까지 더해진 셈이다.
이번 해상 사고는 감포항에서 6㎞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김장철 젓갈용 새우잡이를 위해 출항한 뒤 새벽에 돌아오다 참변을 당한 것.
주민 김모(55)씨는 혀를 끌끌차며 "마을 주민들 가운데 뱃사람들은 70~80대 어르신들이 많다. 일할 사람이 없어 손자를 두고도 배를 타기도 한다"고 지역 어촌계 현실을 토로했다.
감포읍이 지역구인 오상도 경주시의원도 사고 상황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했다. 오 의원은 "새벽부터 주민들이 감포항에 몰려와 비통한 얼굴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며 "한겨울이라 잡히는 고기도 별로 없어 기름값도 겨우 마련할정도다. 어민들이 이렇게 생계 때문에 힘들어하는데 이런 사고까지 닥쳐서 감정을 참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며 애석해 했다.
정인철 감포읍 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은 "이번 사고로 조업에 나간 다른 어민들과 가족들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이런 큰 사고가 나면 '남의 일' 같지 않아 어민과 선원은 물론 수협 조합원들도 모두 정신이 없어진다"고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장성재기자 blowpaper@yeongnam.com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장태훈 수습기자

장성재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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