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흔드는 계엄·탄핵
정치리스크에 경제는 패닉
증시·환율시장은 공포장세
국가 신용도 하락 우려 커져
"계엄비용은 국민이 갚을것"
홍석천 산업팀장 |
2024년 대한민국의 연말은 계엄과 탄핵 뿐이다. 이른바 친위 쿠데타로 불리는 '12·3 비상계엄'에서 시작된 정국 불안은 이제 '대통령 탄핵'이라는 풀기 힘든 정치적 함수에 출구를 잃고 헤매고 있다.
정치권은 각자의 해법과 계산을 제시하면서 향후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고, 행정부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런 흐름에 휩쓸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정치가 해결하지 못한 계엄과 탄핵의 리스크 비용은 고스란히 경제가 안고 있다. 정치리스크에 시급한 현안들이 밀려나면서 경제는 그야말로 패닉 수준이다.
무엇보다 정치적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증시의 모습은 참혹할 지경이다. 탄핵 불발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월요일은 말 그대로 블랙먼데이였다. 코스닥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밀려났고, 코스피는 올들어 두 번째로 큰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국이 요동치면서 4거래일 만에 코스피 113조원, 코스닥 31조원 등 시가총액이 144조원 넘게 증발했다. 특히 동학개미로 불리며 주식시장 부양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개인투자자들은 공포를 이겨내지 못했다. 블랙먼데이 공포에 질린 개인들의 투매가 이어졌다. 그동안 지수가 급락할 때마다 악재해소 후 반등 기대감 등으로 저가매수에 나섰던 것과는 대조적 행보다. 그만큼 이번 사태 해결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이다.
수출경제의 핵심 지표인 원달러 환율도 우려스럽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1천400원 대에서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리스크 장기화와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경제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1천450원대 후반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계엄 및 탄핵정국 장기화로 인한 대외 신인도 하락이다.
국가신용등급은 말 그대로 한 국가의 신용 평가 등급이다.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기존보다 비싼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국가 신용등급은 그 국가의 모든 기업과 금융기관의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끼친다.
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 3곳은 현재의 국내 정치상황인 국가 신용도에 부정적이라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굳이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국가 신용등급 강등은 국내 경제에 대형 악재다. 외환위기 때처럼 외화 조달 비용이 올라가고, 국내 기업의 회사채 발행 부담도 커진다.
더욱 걱정스러운 부분은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회수다. 외화 자본이 유출되면, 당연히 환율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이는 곧 물가 상승으로 나타난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2020년 코로나19 팬더믹에도 안정적이었던 대한민국의 신용등급이 계엄비용과 탄핵비용으로 소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미국 포브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선포 비용을 한국인이 오랜 시간 할부로 갚게 될 것"이라고도 비아냥 섞인 전망을 내놨다. 오만한 외국 언론의 비꼼 섞인 전망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는 4류, 관료는 3류, 기업은 2류, 국민은 1류'라는 대한민국 전설적인 경영인의 지적에서 비롯된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홍석천 산업팀장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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