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끝없이 변화해야…TK, 호랑이 배출 본산으로 만들 것"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의원은 대선 출마의지를 강조하는 한편 보수 정치권에 애정 있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정재훈기자 |
"(당 대표로 선출된) 전당대회 나갔을 때 대구 상인역이랑 범어역에서 인사하면서 시작했어요. 이제 다시 (대구에서) 사람을 만날 때가 됐다고 생각을 합니다."
'탄핵 정국' 이후 보수 정치권에서 주목받는 인사 중 한 명을 꼽으라면 단연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돼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보수 진영의 후보군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그다. 이 의원은 17일 영남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도 이런 '뜻'을 숨기지 않았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이 의원에게 탄핵 정국 및 대구경북(TK) 정치권의 진단 및 전망에 대해 들었다.
尹, 법리적 해명 말고 국민 설득해야
정치는 마음 얻는 게 우선인데 미숙
대구의원들 다선 된다고 호랑이 되나
개혁 자질있는 젊은 의원에 힘실어야
대선 출마, 떳떳하게 준비해 나갈 것
◆尹 실수 인정해야…정치 이해 약해
이 의원은 윤 대통령과 가까웠던 만큼 '계엄 사태' 및 '탄핵 정국'에 대해 날카로운 해석을 내놨다. 그는 "윤 대통령이 현실 세계로 돌아왔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본인이 뭐든 다 할 수 있다 착각하고, 본인에게 (올바로) 보고하는 사람들을 워낙 내치니까 '생존형 보고'만 있었을 것이다. 이런 세계 속에서 있다가 실제 현실로 돌아왔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미 대통령은 여러 수사 기관에서 계속 불러대는 어찌 보면 껍데기만 남은 영광이지 않나"라며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본인이 집권하면서 했던 실수들에 대해 사람들에게 진실하게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본인의 잘못을 겸손하게 이야기할 때 주변 사람들이 그래도 대통령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의 대응에도 그는 '미숙함'을 느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사람을 취조하는 것에는 전문가일지 모르겠으나 거꾸로 사고를 치고 나서 본인의 해명에선 미숙한 느낌을 많이 보여줬다"면서 "법리적 해명을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을 설득시키는 게 중요한 것인데 그 차이를 아직도 이해를 못한 것 같다. 굉장히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치 입문한 지 3년째인데 아직 정치가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우선이라는 기초적인 이해도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보수·TK에는 "낡은 보수 없애고 새로운 싹 틔워야"
탄핵 정국 이후 다시 위기를 맞은 보수 정치의 위기에 대해선 "불리한 상황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현재 사회의 중추인 40~50대가 보수의 이념과 정책에 반대되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이 의원의 지적이다. 그는 "보수는 끝없이 변해야 한다. 이 이야기를 2~3년 전부터 영남일보와도 인터뷰할 때마다 했다"면서 "미디어에서 무슨 뭐 좌파 언론이 장악해 가지고 그걸 왜곡시키고 있고 그런 게 아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정치권에 '애정 어린 쓴소리'를 지속해 온 이 의원은 과거 '낡은 보수를 불태우고 보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이날도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언급한 뒤 "그 말을 이제 실현해야 될 때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영남일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과거 영남일보 인터뷰에서 '비만 고양이' 이야길 했었다. 대구에 12명 국회의원이 있지만, 이번 계엄과 탄핵 사태에서 그분들 중에 전국을 휘어잡고 국민의 여론을 반전시킬 만한 사람이 어디 있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호랑이 종과 고양이 종은 애초에 다르다. 고양이가 다선이 된다고 호랑이가 되나. 아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어 "그 생각을 (지역에서) 빨리 해야 한다"며 "지금 다른 지역에서는 전부 다 코끼리나 호랑이를 키우고 있는데, TK에서만 고양이가 덩치만 키우고 있다. 이러면 보수의 본산인 대구에서 영웅이 나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탄핵 정국에서 '소신투표'로 화제를 모은 울산의 김상욱 의원을 지적하며 "지역구 6명인 울산에서는 호랑이 끼가 되는 의원이 한 명 나온 거 아닌가"라며 의성 출신인 김 의원이 타 지역에서 오히려 빛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지역에서 호랑이가 될 수 있는 인물을 평가해달라는 물음에 그는 주저 없이 30대 초선인 우재준(대구 북구갑) 의원을 꼽았다. 그는 "우 의원은 정말 개혁적이고 자질이 있는 초선 의원"이라며 "그의 소신을 지역에서 북돋아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선 출마? "TK를 반드시 호랑이 소굴로 만들 것"
최근 화제를 모은 이 의원의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여권의 대선 전망에 대해선 "지금 탄핵이라는 엄청난 사태를 맞이했지만 국민의힘에선 역설적으로 지금까지 (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바른 소리를 안 했기 때문에 탄핵 심판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누구도) 달려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저는 1~2년 전부터 이런 부분에 대한 위험성을 예고해 왔고 스스로 거의 강요된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메시지를 전달해 왔기 때문에 '떳떳하게 준비를 해 나가겠다'고 선언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적어도 지금 굉장히 새로운 길을 찾아야 되는 상황에서 '네가 한번 개척해 봐라'는 힘을 밀어주면은 저는 반드시 또 성공해 낼 것"이라고 포부를 내비쳤다.
보수 여권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이나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홍 시장이 어떤 판단을 할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시정을 중간에 내려놓고 도전한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고, 대구시민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봐야 할 것 같다. 오 시장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 다만, 그는 "홍 시장이 워낙 정치적인 감이 뛰어나기 때문에 충분히 대선 국면에서 큰 역할을 하실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국민의힘과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 당이 다른 상황"이라면서 "홍 시장이랑 같이 대선을 뛰게 된다면 워낙 같이 생각하는 것들이 많아서 이야기를 해봐야겠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개별 약진이 중요하지 않겠나"고 했다. 국민의힘 복귀 가능성에도 그는 "지금 하고 있는 도전의 결과를 보지 않고 편한 길을 찾아가는 것"이라며 도전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대권 출마가 TK에도 큰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 가지 확실한 거는 아예 대구경북 바닥을 호랑이 소굴로 만들어 놓겠다는 점이다. 그것이 제가 정치를 하면서 꼭 해야 하는 일 중에 하나라고 본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 의원은 연말이나 신년 초에 TK지역을 찾을 것이라고 언급한 뒤 "TK에서 5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자부심은 내려놓아야 될 때가 됐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낼까에 대한 고민이 앞서야 되는 시기"라며 "그 고민을 같이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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