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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게 희망을] 미토콘드리아근육병증·뇌병변중증장애 앓는 18세 소녀 나은이

2024-12-19

"다섯살, 열살엔 걷겠지 희망에 버텼는데…"

[어린이에게 희망을] 미토콘드리아근육병증·뇌병변중증장애 앓는 18세 소녀 나은이
미토콘드리아근육병증 등을 앓고 있는 나은이는 아버지가 자기 손에 입맞춤을 하자 환하게 웃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따사로운 겨울 햇볕을 받으며 거실 한쪽 침대에 누워 있던 나은이(가명·18)는 부산스러운 집안 분위기에 웃음으로 답했다. 나은이 맥박을 모니터링 하는 기계에 숫자가 100을 넘자 나은이 엄마는 "새 얼굴들을 보니 나은이가 흥분했네요. 기분 좋은가 봐요"라며 슬며시 미소지었다.

나은이의 맥박은 아이돌 가수를 볼 때면 늘 빨라지곤 한다. 나은이 아빠가 침대 머리맡 거치대에 스마트기기를 고정해 아이돌 가수 공연 영상을 틀어주자 나은이는 즐거운 듯 소리내며 웃음을 터뜨렸다. 평소엔 나은이 엄마와 동생이 아이돌 가수 춤을 따라추며 나은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손·팔 일부 빼곤 근육 못 움직여
전용치료제 없어 비타민만 투약
작년 앓고선 녹농균·패혈증까지

종일 나은이 손발 돼주는 엄마
인쇄소 다니는 아빠 수입으로
병원비·의료 소모품 감당 벅차


◆ 원인조차 모르는 희귀병, 미토콘드리아 근육병증

나은이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생후 5개월이 되도록 목을 가누지 못했다. 이따금 경련을 일으킬 때는 지역의 한 병원을 찾았지만 원인을 알지 못했다. 더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는 의사 권유로 나은이 부모는 상경했다. 겨우 병명만 알아냈다.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받아든 결과는 '미토콘드리아 근육병증'과 뇌병변중증장애.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 작은 기관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 미토콘드리아에 문제가 생긴 탓에 근력약화, 운동불내증, 뇌병증, 발작, 심장기능 저하, 성장저하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이영목 교수에 따르면 미토콘드리아 근육병증은 특징적인 증상이 없다. 진단도 어렵고, 치료법도 마땅히 없어서 때를 놓치기가 십상이다.

손과 팔 일부를 제외하곤 근육을 움직일 수 없는 나은이는 하루 종일 누워서 생활한다. 혼자선 호흡도, 침 넘김도 하지 못해 인공 호흡기를 착용한다. 섭식 역시 스스로 할 수 없다. 복부에 설치한 위루관을 통해 하루 4번 경관유동식(하모닐란액)을 먹는다. 전용 치료제는 없지만, 퇴행을 늦추기 위해 비타민을 꾸준히 투약한다.

나은이 엄마는 "주기적으로 외래 진료와 약물치료를 받고, 각종 검사를 한다. 나은이는 항상 인공호흡기와 맥박 기계를 달고 있어야 한다"며 "차상위 가구 혜택 덕분에 의료비는 적게 발생하는 편이지만, 의료 소모품이나 비타민 등 각종 구입비가 매월 130만원 이상 나와 경제적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 고비 매번 이겨낸 강한 나은이

혼자 움직일 수 없는 나은이는 하루 최소 6번 기저귀를 갈아야 한다. 욕창 예방을 위해 적어도 1시간마다 자세를 바꿔야 한다. 엄마 혼자선 나은이를 감당할 수 없어서 활동 보조사와 아빠 도움이 필수다. 평일엔 엄마와 활동 보조사가 2교대로, 주말엔 엄마와 아빠가 같이 돌봐준다.

나은이 엄마는 "나은이가 어렸을 땐 전국 곳곳에 있는 병원을 찾아가 재활에 매진했다. 운전을 할 줄 몰라 혼자 나은이를 안고 버스·기차로 이동했다. 다섯 살엔 걷겠지, 열살이 되면 걷겠지 하는 희망으로 버텼다"며 "처음엔 나은이가 아프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했던 것 같다.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는 10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고 했다.

나은이도 씩씩하게 잘 버티고 있다. 지난해엔 갑작스레 건강이 악화됐다. 엄마와 단 둘이 음압병실에서 생활해야 했다. 35㎏이던 나은이 몸무게가 17㎏까지 줄어들 정도로 아팠다. 의사가 엄마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은이는 기적처럼 고비를 넘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은이 엄마는 "작년에 아프면서 나은이에게 녹농균·폐렴·패혈증 등이 생겼다. 1천만원이 넘는 입원 치료비도 발생했다"며 "그래도 나은이가 잘 견디고, 밝게 자라줘서 감사하다. 의사는 이 병을 앓는 아이들이 보통 13세를 넘기기 어렵다고 했다. 나은이에게도 고비가 3번 있었지만 모두 이겨냈다"고 했다.

◆ 힘들지만 웃음 넘치는 나은이네

나은이 아빠는 매일 밤 9시에서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인쇄소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4인 가족이 생활하고, 병원비와 의료 소모품을 감당하기엔 빠듯하다. 나은이를 돌봐야 하는 엄마는 직장에 나갈 수도 없다. 아빠도, 엄마도 개인의 삶은 모두 내려놓은 상태다.

중학교 2학년인 나은이의 여동생은 미술에 재능이 많다.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하면서도 올해 한 대회에서 대구시교육감상을 받았다. 언니와도 사이가 좋아 매일 아침 밝은 목소리로 인사한다. 언니와 함께 아이돌 노래를 들으며 춤도 춘다.

나은이 부모님은 이런 동생에게 늘 미안해 한다.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동생이 기특하면서도 어리광조차 사치라 생각하게 한 현실이 죄스럽기만 하단다. 넘치는 재능을 꽃피울 미술학원에 한 번 보내주지 못한 게 못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 연소성 피부근염 앓는 유현(가명·영남일보 10월17일자 9면 보도)에게 영남일보 독자 분들이 총 212만6천원의 후원금을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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