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설 정치화 반대” vs “예술가도 시민이다” 대구경북 지역 논란 확대
탄핵 촛불집회 참여한 이승환…구미 공연 취소 놓고 보수단체와 대립
가수 이승환 |
가수 이승환이 지난 13일 서울 국회의사당 인근 탄핵 촛불집회에서 무료 공연을 열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그의 구미 공연을 앞두고 대구경북 지역 보수단체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갈등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이들은 "정치적 선동의 장으로 변질된 공연은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공연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인가, 정치적 선동인가
이승환의 공연을 둘러싼 논란은 예술과 정치의 경계가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보수단체들은 "이승환이 대중적 영향력을 이용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며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구미시는 "정치적 발언이 없다는 조건으로 공연 대관을 승인했다"며 "만약 공연 중 정치적 메시지가 포함될 경우 공연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지역 한 문화평론가는 "예술가도 시민으로서 정치적 견해를 밝힐 권리가 있다"면서도 "대중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예술가가 특정 정치적 메시지를 강조할 경우 공적 책임도 뒤따른다"고 말했다.
◆보수적 정서 강한 대구경북 반발
대구경북은 보수적 색채가 강한 지역으로, 이승환의 탄핵 촛불집회 참여는 지역 내에서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역 보수단체는 "구미시가 공공시설을 정치적 선동의 장으로 내줬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구미시청에 항의 방문까지 하며 공연 취소를 촉구했다.
대구 한 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예술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로, 정치적 메시지가 포함될 수 있다"면서도 "대구경북처럼 정치적 이념이 뚜렷한 지역에서는 예술가의 정치적 행위가 쉽게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공공성과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허용되나
이번 논란은 단순히 이승환 개인의 문제를 넘어 공공 문화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와 공공성 간의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의 공공시설은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예술가의 정치적 발언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한 예술행정 전문가는 "공공문화시설이 정치적 메시지의 장으로 활용되는 것은 공공성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며 "하지만 지나친 규제는 예술의 다양성을 제한할 우려가 있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구경북서 시작된 논란, 전국적 화두로 확산
이승환의 구미 공연은 그의 데뷔 35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단순한 음악 행사를 넘어 예술과 정치의 경계를 논의하는 사회적 시험대가 됐다.
한 문화평론가는 "대구경북에서의 이 논란은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와 공공성 간 균형을 찾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이번 사례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예술과 정치의 경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25일 구미에서 열릴 예정인 이승환의 공연이 예술과 정치, 표현의 자유와 공공성 간의 논란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주목된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