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대표 간식으로 사랑받아 온 붕어빵이 점점 서민의 손에서 멀어지고 있다. 한때 학교 앞, 버스 정류장, 골목 어귀마다 자리했던 붕어빵 노점상이 이제는 찾아보기조차 어려워졌다.
고물가로 인한 재료비 상승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추억의 간식 붕어빵마저 고급화된 먹거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붕어빵 노점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한목소리로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팥, 밀가루, 식용유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익 구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국산 팥은 이미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비싸졌고, 수입산 팥마저 작년에 비해 9.6% 상승했다. 밀가루와 식용유도 각각 5.1%, 5.9% 올라 원재료비 부담은 한계에 다다랐다.
여기에 노점에서 주로 사용하는 LPG 가격까지 오를 가능성이 예고되면서, 많은 노점상들이 생계를 포기하고 있다.
올해 전국 노점상의 수는 33만 9천 개로, 지난해보다 8천 개가 줄었다. 5년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약 3만 개가 사라진 셈이다. 전통적 서민 경제의 한 축을 이루던 붕어빵 노점이 점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붕어빵 가격도 소비자들에게는 새로운 고민거리다. 과거 천 원이면 손쉽게 붕어빵 3~4개를 먹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천 원으로 고작 한 개만을 살 수 있는 버거운 현실이 되었다.
노점 붕어빵이 이 정도라면 국산 팥으로 만든 냉동 붕어빵의 가격은 더 놀랍다. 800g에 2만 2천 원에서 3만 원에 달해, 전통 간식이 아닌 프리미엄 상품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붕어빵의 원재료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 미국 달러 환율 변동, 그리고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겹치면서 재료비 상승이 불가피해졌다.
붕어빵 가격 급등은 단순히 한겨울의 작은 간식을 잃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애환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면이다. 매일같이 오르는 생활비와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국민의 삶은 점점 더 팍팍해지고 있다.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먼저, 국제 원자재 가격에 크게 의존하는 식품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국산 곡물 및 농산물의 생산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유통망을 구축해 수입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또한, 노점상과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한 재정적 지원과 세제 혜택이 절실하다.
나아가, LPG와 같은 서민 소상공인들이 쓰는 필수 에너지 자원의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서민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소상공인들의 생존 기반을 지키는 것은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안정과 직결된 문제다.
붕어빵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다. 이는 겨울철마다 따뜻한 추억과 서민의 삶을 위로해 주던 상징적 존재다. 그러나 지금 붕어빵은 고물가와 정치적 불안 속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서민들이 추억과 현실을 모두 잃지 않도록,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작은 붕어빵 하나마저 쉽게 누릴 수 없는 시대가 지속된다면, 이는 곧 서민 경제가 더 깊은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경고일지 모른다.

한유정
까마기자 한유정기자입니다.영상 뉴스를 주로 제작합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