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41224010004029

영남일보TV

[동대구로에서]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2024-12-25

정치가 국내 경제 발목 잡아

코리아 디스카운트 정점에

연말 국장에 '산타도 없었다'

개미들 증발한 자산에 털썩

자영업자 닫힌 지갑에 고충

[동대구로에서]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윤정혜 경제팀장

"밤새 안녕하셨어요."

일상에서 안녕을 묻는 인사가 낯설지 않은 한 달이다. 서슬 퍼런 12월과도 안녕을 고할 시간이다. 눈꽃 핀 겨울이 지나고 봄꽃을 맞을 때 우리는 우리 사회의 안녕을 볼 수 있을까. 온 누리에 사랑과 평화를 나누는 성탄절 아침,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가 어쩐지 어색하다.

해마다 연말 개인투자자는 '산타랠리'를 기대한다. 올해는 산타는커녕 외국인 투자자도 국내 증시를 떠났다. 개미들은 증발해버린 자산에 털썩 주저앉았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2.0' 시대 출범을 차치하더라도 계엄 쇼크에서 시작된 불확실성이 도처에 깔려 경제 발목을 잡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정점에 섰다. 올해 증시 개장일인 지난 1월2일 윤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한국거래소를 찾았다. 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을 극복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정부는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프로젝트를 가동했고 증시를 반짝 끌어올렸다. 하지만 효과는 그뿐. 일시적이고 반짝효과에 불과했다. 체질이 개선되지 않은 탓이다.

한국 경제는 내수 침체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은 수출 중심 한국 경제에 부담이다. 높아질 관세장벽과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같은 불확실성에 북한과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떠안은 데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리스크마저 더했다.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약 7%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1천450원을 넘나들며 원화 가치도 추락 중이다.

최근 미국 CNBC방송이 분석한 올해 아시아태평양 주요 국가 지수를 살펴보면 대만이 28.85% 상승했고 한국은 8.03% 추락했다. 홍콩 16.63%, 싱가포르 15.78%, 일본 15.65%, 중국 14.64%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10%대 상승률을 보여 한국과 온도차가 커졌다.

어디 증시만 정치 불똥을 맞았을까. 수출기업은, 자영업자 피해는 어떤가.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은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연말 대목'을 기대한 자영업자의 고충을 키우는 중이다.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송년모임을 취소하지 말고 해달라'고 당부할 정도다. 실제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한 달 전보다 12.3포인트 떨어진 88.4로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무시무시했던 코로나19와 견줄 만하니 계엄 충격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수출기업들은 해외바이어로부터 계약을 보류하거나 생산 중단을 통보받고 있다. 현실화된 피해 속에 급기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25 APEC CEO 서밋 의장 자격으로 세계상공회의소에 서한을 보내 "일련의 어려움에도 한국경제는 정상 작동하고 있으며, 높은 회복 탄력성과 안정적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낼 것"이라며 급한 불을 끄고 있다.

1992년 빌 클린턴 후보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구호로 대선에 승리했다. 정치가 경제 문제를 해결하겠단 메시지다. 정치가 되레 경제 발목을 잡고 있으니, 2024년 12월을 사는 우리에겐 "바보야,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야"라 말하고 싶다.
윤정혜 경제팀장

기자 이미지

윤정혜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