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이튿날 현장, 여행 떠나는 손님들 발길 이어져
일상 교통수단으로도 '만족'…"앞으로 자주 사용할 듯"
현장에선 안내 미흡하다는 목소리도…"개선 필요해"
2일 오전 11시 50분쯤 동대구역 1번 플랫폼에 강릉행 열차를 타기 위해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
2일 오전 12시 10분쯤 동대구역 1번 플랫폼에 강릉행 누리로 열차가 진입하고 있다. 대구에서 강릉으로 오가는 열차는 지난 1일 개통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
2일 낮 12시 10분쯤 동대구역 1번 플랫폼에서 강릉행 누리로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장태훈 수습기자 hun2@yeongnam.com |
2일 오전 11시 50분쯤 찾아간 동대구역. '1번' 플랫폼에는 새로 개통한 강릉행 열차를 타러 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혼자 또는 삼삼오오 모인 시민들이 대구에서 강릉으로 향하는 '동해선' 직통 열차를 기다렸다. 설레는 표정이 역력했다. 내륙도시 '대구'에서 동해안의 낭만을 실어 나를 강릉행 열차가 1번 플랫폼에 들어서자 앞다퉈 핸드폰을 꺼내들고 '인증샷'을 찍기 바빴다. '강릉'이라는 목적지 자체가 신기하게 다가오자 자신의 추억속 한 페이지로 기록하고픈 마음이 생긴 것이다.
이날 강릉행 열차에 몸을 실은 시민들은 동해선을 타고 떠나는 강원도 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잔뜩 고무돼 있었다. 바다와 함께하는 '여유로운 휴식'도 상상했다. 역 플랫폼에서 만난 황보용국(67)씨는 "혼자 바다 구경를 하고, 바람도 쐬러 갈 겸 열차를 알아보다 강릉행 열차가 개통한다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여행을 계획했다"며 "이동시간이 짧지는 않지만, 나처럼 퇴직후 시간 여유가 많은 장년층들에게 좋은 여행지가 될 것 같다. 내년에 KTX가 개통하면 젊은 층들은 좀 더 편하게 동해안을 다녀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친구들과 강릉으로 단체 여행을 떠나는 대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권용재(21)씨는 "친구 7명과 새해맞이 여행을 떠난다. 친구들이 모두 기차 여행을 좋아하는데, 계획을 짜던 중 마침 동해선 개통 소식을 들었다"며 "강원도 여행은 처음이다. 강릉에 도착한 뒤 경포해수욕장 등을 꼭 둘러볼 예정이다. 새해를 새로운 열차 노선에서 여행하며 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너무 설렌다"고 했다.
대구발 강릉행 열차는 새해 1월 1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강릉행 열차 운영 시간은 오전 6시 30분, 낮 12시, 오후 3시, 오후 7시다. 특히 오전 6시 30분 출발한 열차는 일반실 좌석이 모두 매진될 정도로 인기였다. 돌아오는 주말 아침 열차도 일반실 기차표가 이미 동났다. 뜨거운 인기를 새삼 실감케했다.
박지원(여·23)씨는 "동해에 있는 친척 집을 가기 위해 기차표를 알아봤는데 아침 열차가 매진됐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이 정도로 수요가 있을지는 몰랐다"며 "지금은 누리로를 타려 한다. 누리로가 비용도 저렴하고 이동 시간도 얼마 안 걸린다. 무엇보다 대구가 출발지라 더 의미있고 뜻깊은 것 같다. 개통된 지 얼마 안 된 열차라서 어떤 풍경이 그려질지 많이 기대된다"라고 했다.
대구~강릉 열차는 동대구에서 포항~영덕~후포~울진~삼척 등을 거쳐 강릉으로 이동한다. 정거장은 20여개이고, 총 소요 시간은 4시간 정도다. 왕복기준 하루 8번 운영한다. ITX-마음(왕복 2번)과 누리로(왕복 6번) 열차가 각각 동해안 일대를 누빈다. 2026년부터는 대구~강릉 열차 노선에 KTX-이음이 투입될 예정이다. KTX-이음이 투입되면 대구에서 강릉까지 이동 시간이 ITX-마음, 누리로보다 1시간 정도 단축된다.
최근 버스를 타고 강릉에서 대구를 방문했다는 염순자(여·73)씨는 이날 동해선 열차를 타고 자택으로 귀가를 준비했다. 염씨는 "언니네 집에 들렀다 강릉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원래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열차가 생겨 가격 부담도 덜고, 이용도 한층 편리해졌다"며 "일상 교통수단으로도 손색이 없어 앞으로도 자주 이용할 것 같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반면, 개통 초기라 열차 안내가 미흡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잖았다. 호차 번호를 안내하는 안내판에 '무궁화호'만 표시돼 있어 누리로나 ITX-마음를 타는 곳인지 식별할 방법이 없다는 것.
박모(62)씨는 "타는 곳이 1번 플랫폼이라고 해서 왔는데, 누리로 타는 곳이라는 안내가 전혀 없어서 몇 번이나 위로 다시 올라가 확인했다"고 했다. 황모(56)씨도 "디지털 전광판에 강릉으로 가는 누리로 예정 시각이 적혀있지만, 정작 열차를 기다리는 공간에 아무 안내가 없어서 한참을 헤맸다"고 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장태훈 수습기자 hun2@yeongnam.com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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