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5대학 사회학 박사
글로벌 무대서 빛난 K열풍
웹소설·웹툰 성장 핵심 역할
K없는 K콘텐츠 시대의 시작
가상 스튜디오·AI 제작 도입
지속 성장을 위한 노력 필요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 |
새해를 맞는 모습이 여느 해와 달리 우울하고 어둡다. 국내에선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항공기 참사가 겹쳤다. 나라 밖 사정도 비슷하다. 4년째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휴전 협상 속에서도 격화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등이 마음을 짓누른다.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도 무거운 소식이다. 그래서인지 올해 한국 경제의 전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속적으로 성장해 온 한국 콘텐츠산업이 이런 악조건을 극복할 수 있을까? 올해 콘텐츠산업의 전망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현상적으로 보면 한국 콘텐츠산업은 최근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K-pop에서 시작한 열기는 드라마와 영화·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로 이어지고 음식·패션·전통문화 등으로 확장되면서 한국 문화와 국가 인지도를 높이는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K-pop은 BTS 열기로 극강의 가능성을 보였다. 또 K-드라마는 지난해 12월26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2'로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스토리가 아쉽다는 지적도 있지만 지난 5일 기준 넷플릭스 전 세계 TV쇼 부문에서 1위를 차지, 열흘째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라별로는 한국·미국·일본·프랑스·독일·이집트 등 총 72개국에서 1위를 차지, K-드라마 열기를 지속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영화도 새 판도를 형성할지 주목된다. 극장 관객이 줄어서 대형 배급사들의 새 작품이 많이 줄고 있지만 중소 배급사의 신작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3월 개봉 예정인 봉준호 감독의 '미키17'이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을 재확인시켜줄지도 관심을 모은다.
무엇보다 드라마와 영화 등의 원작이 되는 스토리산업을 주도하는 웹소설과 웹툰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웹소설 원작의 영화 콘텐츠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62.7%로 나타난 것도 이를 방증한다. 웹소설과 웹툰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장르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20% 안팎으로 성장하고 있다. 웹툰은 2023년 처음으로 매출액 2조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K-콘텐츠는 세계적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플랫폼과 접목되면서 글로벌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성장에 힘입어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콘텐츠 2025 전망'의 키워드로 'K없는 K콘텐츠 시대'를 꼽았다. 유현석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직무대행은 "지금까지 K콘텐츠는 한국에서, 한국인에 의해 만들어진 한국적인 콘텐츠라고 정의할 수 있었지만 궁극적 성장은 K를 굳이 붙일 필요 없이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부작용도 있다. 글로벌 플랫폼 덕분에 세계 시장으로의 접근이 쉬워진 반면에 과다한 콘텐츠 제작비 상승과 편중된 유통구조로 인해 제작 기반의 약화를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콘텐츠산업이 지속 발전하려면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콘텐츠 제작비용을 줄일 수 있는 버추얼 스튜디오 활성화, 인공지능을 활용한 제작으로 생산성 제고,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 재산권)를 통해 다른 장르로 가치가 확장되도록 해야 한다. 또 콘텐츠의 토대가 되는 스토리산업과 원형 자원인 전통문화 지원에도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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