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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걱정마, 구해줄게"…열네살 소년 세상을 울렸다

2025-01-15

달성군 저수지 비극의 날
빙판 깨져 친구들 물에 빠지자
주저없이 다가가 4명 살리고
마지막 남은 친구 구하다 참변
소년의 용기 반드시 기억해야

친구야 걱정마, 구해줄게…열네살 소년 세상을 울렸다
14일 대구 달성군 다사읍 서재리 저수지. 얼음이 깨진 채 물이 드러난 저수지 모습이 비극적 사건의 흔적을 보여주는 듯하다. 주변에는 나뭇가지와 얼음 조각들이 흩어져 있으며, 차가운 햇빛이 얼음 위로 반사되고 있다.

찬 공기를 뚫고 들려오던 열 네살 소년의 해맑은 웃음소리는 어디로 갔을까. 14일 찾은 대구 달성군 다사읍 서재리 저수지. 서리가 가득 내려앉았다. 전날 벌어진 비극을 기억하려는 걸까. 마지막 순간 소년이 가쁘게 뱉어낸 숨들이 차갑게 부서진 얼음 조각처럼 물 위에 떠 있다. 물속엔 또래 친구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 소년의 마지막 순간이 어른거린다. 소년의 친구들과 경찰의 말을 종합해 당시 상황을 돌아본다. 소년의 용기를 반드시 기억해야 해서다.

그날 아침 하늘은 유난히 맑았다.

다니는 학교는 다르지만 동네 친구로 끈끈한 우정을 쌓던 중학생 11명은 이날도 여느 때처럼 저수지로 향했다.

매년 겨울이 되면 꽁꽁 얼어붙는 이 저수지는 아이들에겐 최고의 놀이터였다.

이날도 친구들은 오전 내내 얼음 위에서 신나게 미끄럼을 타며 놀았다.

웃음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오후가 되자 날씨가 풀리기 시작했다.

오후 4시 56분쯤 아이들은 다시 저수지로 갔다.

장난을 치며 얼음 위를 마구 달렸다.

순간 갑자기 "쾅!" 소리가 나더니 얼음이 여러 조각으로 갈라졌다.

아이들은 순간 멈칫했지만, 이미 6명이 물속에 빠져 허우적댔다.

한겨울 물속은 숨이 막힐 정도로 차가웠다.

소년들은 당황했다.

반사적으로 얼음 가장자리로 손을 뻗었지만 부서진 얼음은 몸을 제대로 지탱해 주지 못했다.

금가는 소리만 계속 들릴 뿐.

다행히 A(중 1)군이 먼저 빠져 나왔다.

하지만 그의 눈은 물속의 친구들에게서 뗄 수 없었다.

"거기 있어! 내가 구해줄게!"

곧바로 친구들을 향해 다가갔다.

미끄러운 얼음을 엉금엉금 기다시피 하며 물속으로 손을 내밀었다.

가까운 친구부터 힘껏 잡아당겨 얼음 위로 끌어 올렸다.

"괜찮아! 걱정마! 너도 나갈 수 있어!"

한 명, 두 명, 세 명, 네 명.

젖은 손으로 얼음을 부여잡은 친구들은 간신히 물 밖으로 나왔다.

A군은 조금씩 지쳐갔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손을 거두지 않았다.

"한 명만 더…."

A군은 물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친구에게 손을 뻗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근처에 있던 낚싯대를 들고 더 가까이 다가갔다.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얼음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갈라졌다.

차가운 물속은 그의 몸을 순식간에 삼켰다.

A군은 물속에서도 마지막까지 낚싯대를 내밀었다.

친구는 손을 뻗었고, 거의 닿을 뻔했지만 그 순간 A군이 물속으로 빠졌다.

오후 6시쯤 A군 부모가 한걸음에 저수지로 달려왔다.

이미 구조대가 도착해 작업 중이었지만, 물속에서 아이를 찾을 수 없다고 하자 부모는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는 입을 막고 흐느꼈고, 아버지는 한동안 물가를 바라보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구조 작업은 1시간20분 뒤 마무리됐다.

혹시나 했지만 A군은 숨진 채 발견됐다.

순간 현장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저수지는 조용히 얼어붙었다.

주민들은 A군을 "진정한 영웅"이라 불렀다.

부모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저수지를 떠났다.

눈에는 눈물이 한가득 고인 채.

주민들도 A군의 희생을 절대 잊지 않겠다며 추모의 꽃을 갖다 놓고 떠났다. 그리고….

"그가 아니었다면 우리 모두 죽었을 거야."

소년이 운다.

글·사진=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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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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