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장비 없는 저수지…나뭇가지로 구조한 아이들
농어촌공사 관리 제외된 개인 소유 저수지, 방치의 대가
15일 대구 달성군 다사읍 서재리 저수지 일원에서 발견된 쓰레기. 사고 당시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강승규 기자 |
대구 달성군 다사읍 서재리 한 저수지에서 한 중학생이 친구들을 구하려다 숨진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자, 저수지에 대한 안전관리 부실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14일 영남일보 취재진이 직접 현장을 살펴본 결과, 저수지에는 구명조끼나 튜브 같은 기본적인 안전 장비가 전혀 구비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물에 빠진 아이들이 구조에 사용했던 도구는 현장에 있던 나뭇가지와 막대기가 전부였다. 물조심 안내판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사고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시설물은 전혀 없었던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저수지가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저수지 관리는 한국농어촌공사가 담당한다. 하지만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서재2지 저수지는 개인 소유다. 관리 대상에서 제외된 것. 이 때문에 구명장비 설치 또는 안전 점검과 같은 필수적인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서재2지 저수지는 과거 수십 년간 마을 50여 가구의 상수도 및 농업용수로 활용됐다. 최근에는 그 용도가 사라지면서 사실상 낚시터로 방치돼 왔다. 주변에는 와룡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어 등산객들이 왕래도 잦았다. 하지만 저수지는 안전관리가 전려 되지 않는 상태로 남아 있었다.
주민들은 이번 사고 이전부터 저수지의 위험성을 우려해왔다. 동네에서 만난 한 주민은 "저수지는 항상 아이들에게 놀이터였다. 어른들은 사고가 날까 봐 늘 조마조마했다"며 "구명환이나 경고판 같은 기본적인 장치라도 있었다면 이런 사고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저수지댐법 시행규칙을 보면, 위험 저수지에는 재해 예방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시·도지사나 시장·군수·구청장은 이를 점검하고 시정 조치를 내릴 의무가 있다. 하지만 개인 소유 저수지는 이같은 규제와 관리 대상에서 쏙 빠져있다. 이로 인해 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졌지만 실질적인 관리와 예방 조치는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서혜진 대구보건대 교수(응급구조학과)는 "얼음 깨짐 사고는 반복적으로 발생해왔지만, 안전 대책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위험 구역으로 지정하고 구명환과 경고 안내판 같은 기본적인 안전 장치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태훈 수습기자 hun2@yeongnam.com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