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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모기자〈서울본부〉 |
대한민국은 어찌 보면 미국과 중국이란 부모에 기대어 성장했다. 한국은 자유 진영의 최전방에서 소련·북한과 맞섰다. 그 결과 6·25 전쟁이란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었고, 반대급부로 미국의 경제지원을 받아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었다.
미국의 자유 무역 기조에 편승한 독일·일본 등의 기업들이 미국 시장을 잠식하자 미국은 슈퍼 301조를 통해 교역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산업 구조 재편에 나섰다. 국내 제조업은 줄인 반면 국내 금융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채택했다. 중국과는 수교를 맺고 경제 영토 확대를 꾀했다. 기술·자본이 모두 부족했던 중국은 미국의 훌륭한 보완재 역할을 하며 양국은 전 지구적 성장을 견인했다. 한국은 이러한 글로벌 질서의 최대 수혜자였다.
그렇게 약 3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중국이 급부상하며 'GO'라는 미증유의 세계 질서가 출현했다. 이들은 정경일치를 내세우며 한국을 향해 양자택일을 강요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선택이다.
새로운 국가 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 국가'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국가 주도 경제발전 모델을 제시했고, 노태우 대통령은 북방외교를 통한 한중 수교로 30년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보수가 진정 이들의 후계자를 자처하려면 이들의 업적만 내세우지 말고, 당면한 시대 과제에 온몸을 내던져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의 과제와 해답은 무엇일까? 대한민국 홀로서기라고 생각한다.
내적으로는 유교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 성리학적 대의명분에 기반한 교조적 붕당정치의 폐해를 넘어 한국 실정에 맞는 정치 철학을 마련해야 한다. 언제까지 영미 보수 철학에만 의지할 것인가?
외적으로는 통일 준비에 나서야 한다. 통일로 북한 인구 2천600만명을 흡수할 수 있고, 국토의 넓이가 두 배 이상 커진다. 게다가 북한에는 7조달러 가치에 달하는 석탄, 우라늄 등 풍부한 지하자원이 있다. 중국으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을 도모할 계기가 될 수 있다.
옛사람들은 '기미를 알아채 시세(時勢)를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보수 몰락으로도 해석되는 12·3 비상계엄은 'GO'가 야기할 동탕(動蕩)·불안(不安)의 혼돈에 비하면 작은 파국이다. 보수로 하여금 더욱 큰 파국에 대비하라는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구경모기자〈서울본부〉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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