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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길] 엄마들 모임에 안 나가는 이유

2025-01-24
[책 속의 길] 엄마들 모임에 안 나가는 이유

 나는 워킹맘이다. 첫 아이의 언어 발달 지연 판정을 받은 뒤, 부모로서 큰 죄책감과 책임감을 느끼며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자 유치원 엄마들 모임에 참여했지만, 모임의 분위기는 종종 타인을 험담하는 소모적인 대화로 채워졌다. 아이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이 모임은 필자가 기대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이의 언어 발달 지연은 단순히 말하기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이는 사회성 부족으로 이어졌고, 나는 어떻게든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리며 작은 사회에 잘 적응하기를 바랐다. 그런 이유로 유치원 엄마들 모임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처음에는 이러한 모임을 통한 상호 작용이 내 아이의 사회적 성장에 필수적이라고 믿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부모로서 집중해야 할 방향이 달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내 아이에게 친구가 몇 명이나 있는지에만 열중했지, 올바른 우정인지 고려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친구의 수가 아니라 '우리 아이에게 맞는 친구'가 필요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모임은 자주 있는 것이 아니었지만, 늘 불편하고 어색했다. 특히 그 자리에 없는 엄마들과 아이들에 대한 험담이 오갈 때면 더욱 그랬다. 이야기에 동조하지도, 끼어들지도 못했지만 모임의 관계를 유지하려면 듣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이런 불편함이 반복되며 감정적으로 고갈되곤 했다. 이 모임에서 엄마들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우리 아이와 나도 뒷말의 대상이 될까봐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임이 끝나고 돌아오는 날이면 과도한 감정 소모로 인해 항상 지친 상태가 되곤 했다.

 

아이는 어느덧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 스스로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만큼 성장했다.이제 내가 아닌 아이가 자기 사회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필자 역시 불필요했던 걱정과 노력을 내려놓고, 아이를 믿고 그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가도록 맡길 용기를 얻게 되었다. 아이가 스스로 세운 관계를 통해 배운 경험은 부모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준 환경보다 더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부모의 믿음과 지원은 아이에게 독립성과 자존감을 심어주는 가장 좋은 선물임을 알았다.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한 발 물러서서 우리 자신을 돌보고 건강한 경계를 지키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 이러한 균형이야말로 부모와 아이 모두를 위한 진정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박은지〈새마을문고대구서구지부 평리3동분회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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