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탄핵안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23일 경기 과천시 방송통신위원회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 관련 그래픽. 연합뉴스 |
헌법재판소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안을 기각하면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이번 헌재의 판단을 통해 헌법재판관들의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어 적잖은 함의를 담고 있다는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은 물론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한 국무위원과 이재명 대표 수사 검사 등에 대한 헌재의 결정 방향을 엿볼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이 위원장의 탄핵안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8인 가운데 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기각 의견을, 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인용 의견을 각각 냈다. 정확히 4대 4 동수로 의견이 엇갈렸지만, 헌재법에 따라 파면 결정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헌재의 공식 결정인 '법정 의견'은 탄핵소추 기각으로 결론 났다.
이번 탄핵소추안의 핵심 쟁점은 이 위원장이 방통위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였다. 그동안 국회 측과 이 위원장 측은 방송통신위원회 법정 인원인 5명 중 2명의 방통위원만 임명된 상황에서 KBS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행위가 위법인지 아닌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헌재는 국회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헌재 측은 법에 따라 탄핵 인용에 필요한 6명에 이르지 못한 것이지 2명 의결이 합법이라고 결정한 것이 결코 아니라고 밝혔다.
정치권의 관심은 헌법재판관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단이 정확히 갈렸다는 점이다. 중도·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들은 탄핵을 '인용'했고, 나머지 중도·보수 성향으로 구분된 재판관들은 '기각' 의견을 냈다. 문재인 정부가 지명한 문형배·이미선 재판관과 민주당이 추천한 정계선 재판관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정정미 재판관은 중도·보수로 분류되지만 진보 성향의 김명수 대법원장 추천을 받아 임명됐다. 이들은 모두 탄핵 인용 의견을 냈다. 반면 기각 의견을 낸 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모두 윤석열 대통령과 최상목 국무총리 권한대행에 의해 임명된 인사들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이들의 성향이 다른 탄핵 심판 사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헌재에는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박성재 법무부 장관, 최재해 감사원장, 조지호 경찰청장, 검사 3명 등 행정부 고위직 다수에 대한 탄핵 심판 청구 사건이 진행 중이다. 이중 초미의 관심사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판단이다. 이 위원장의 탄핵심판 청구 사건이 '기각'으로 결정 나면서 윤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에서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발했다는 주장을 더욱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은 본인의 탄핵심판 사건에서 이 위원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