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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광복회장 "대구, 국채보상 시작했듯 독립기념관 건립운동을 시작해야"

2025-01-23

영남일보 단독 인터뷰에서 밝혀

이종찬 광복회장 대구, 국채보상 시작했듯 독립기념관 건립운동을 시작해야
이종찬 광복회장이 23일 오후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서 영남일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국채보상운동이 국가보훈부의 1월 '이달의 독립운동'으로 선정돼 대구에서 기념식이 열렸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23일 기념식에 참석해 나라가 혼란할 때 발휘된 대구의 역사적 정신을 강조했다. 이날 영남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이 회장은 "우리나라가 일제에 경제침략을 당하던 시기, 경제독립을 위해 전 국민이 벌인 국채보상운동이 바로 대구에서 시작됐다"며 "당시 대구에서 불이 시작됐듯, 작금의 어려운 문제도 대구에서 시작해 '요원의 불길'처럼 전국에 퍼질 수 있다. 국민이 단합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 독립운동기념관 건립도 언급했다. 2023년 6월 취임한 이 회장은 '1광역단체 1독립기념관'을 추진 중이다. 사업 목적은 "미래세대에게 나라가 어려울 때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구경북 시·도민들이 국채보상운동을 시작했듯 기념관 건립 운동도 벌이는 게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광복 80주년을 맞았다. 올해 광복회가 나아갈 방향은
"올해는 광복 80주년일뿐만 아니라, 을사늑약 120주년, 한일기본조약을 통한 한국 국교 정상화 60주년에다 광복회도 창립 60주년이 되는 아주 특별한 해다. 이 뜻깊은 해를 단순 기념 정도가 아니라 민족사적 비전을 세우는 해로 기억하려 한다. 우선 독립운동 정신을 다시금 회복시키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왜곡된 독립정신을 바로 세우고, 정치권과 전국에 퍼진 분열 습성에 대한 반성을 통해 국민 통합의 정신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 올바른 민족통일의 비전도 세워갈 생각이다."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점이 있다면
" '독립 정신'을 강조하다 보니 정부 예산이 삭감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래도 광복회는 정부에 광복 8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의 기본 계획을 국민 통합적 관점에서 전 국민이 향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꿀 것을 요청했다. 광역·기초 지자체, 독립운동 단체, 지역사회와 활발하게 협력해 광복 80주년 행사를 기획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기념사업위원회도 광복회 권고에 따라 기본 방향을 대폭 수정했다. 선열들이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암흑 속에서도 불굴의 독립운동을 펼쳤듯, 광복회 또한 힘든 상황이지만 오히려 더 활발하게 활동할 생각이다."

이종찬 광복회장 대구, 국채보상 시작했듯 독립기념관 건립운동을 시작해야
이종찬 광복회장이 23일 오후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서 영남일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작년에 역사 인식 문제가 불거지며 정부와 마찰도 있었는데
"광복회는 지난해 대통령이 초청한 광복절 영빈관 행사에 불참하고, 정부 경축식 대신 자체 경축식을 했다. 친일 정책과 불미스러운 인사가 반복되는 것을 지적하기 위해서였다. '일제강점기 우리가 일본인이었다'고 한 사람이 독립기념관장에 임명됐다. 4번이나 정부에 '상소문'을 보냈으나 한 번도 답을 듣지 못했다. 뉴라이트와 건국절이 왜 문제인지,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를 상세히 전달했다. 광복회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선열들이 세워나간 독립 정신과 역사만이 잣대다. 민족의 얼과 독립 정신을 훼손하는데, 어떻게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겠나."

◆광복 80주년 해에 첫 이달의 독립운동으로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이 지정됐다. 어떤 의미가 있나
"국채보상운동은 단순한 민족 자강운동이 아니다. 일제의 경제침략을 간파하고 우리 경제를 독립시키기 위해 전개됐다. 위기에 처한 국가를 구하기 위해 다양한 지혜와 방법을 모은 것이다. 특히, 오늘 국채보상운동 기념행사는 많은 국민이 비상계엄과 탄핵 등으로 지친 상황 속에서, 분열된 마음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시의적절한 행사다. 우리나라가 돈 1천300만원을 갚지 못해 일제에 끌려다니던 시절 대구가 시작점이 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첫 기념 행사지로 대구를 선택한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가 겪는 어려운 문제가 대구에서 먼저 불이 붙어 전국이 하나 돼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암흑 속에 있는 나라를 건져낸 지혜로운 방법이 대구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주목하고 싶었다.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독립운동 정신 계승을 위해 대구경북 지역사회는 어떻게 동참해야 하나
"2023년 취임 후 '1 광역단체 1 독립기념관 건립'을 추진해왔다. 단순히 기념관 하나 더 짓겠다는 게 아니다. '나라가 어려웠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미래세대에 가르치고 보여주는 일이다. 더 넓게는 나라와 민족이 영속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는 일이다. 정부가 대구에 독립기념관 건립을 계획하는 것으로 안다. 대구경북 시·도민들이 국채보상운동을 시작했듯이 독립기념관 건립 운동을 벌여 사업 추진력을 키우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독립 정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구경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겠나."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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