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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 1년…'탈진 상태' 대구경북 병원, 전공의 없이 어디까지 버틸까?

2025-02-04

남은 의사도 밀려난 환자도 인내심 한계
전문의·간호사 과부하 탈진
응급실·중환자실 운영 위태
의대정원 확정 앞 대치 여전
"이대로면 의료붕괴 시간문제"

의정갈등 1년…탈진 상태 대구경북 병원, 전공의 없이 어디까지 버틸까?
전국 수련병원 상반기 인턴 모집일 마지막날인 4일 오후 대구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병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해 사직 또는 임용을 포기한 전공의 2천967명이 모집대상이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계획 발표 후 의료계와 정부간 갈등이 불거진 지 1년이 지났다. 의정갈등은 여전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구경북지역 대학병원들은 전공의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의료 체계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한동안 버텼지만 전문의와 간호사의 부담과 인내심은 이제 임계치에 도달했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근본대책 없는 단순 정원 확대는 해법이 아니라며 날을 세운다. 의료 현장의 불안감은 점점 가중되고 있다.

◆전공의 없는 병원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등 지역 주요 대학병원은 전공의 없이 1년째 운영중이다. 전문의와 진료지원 간호사(PA)가 전공의 역할을 떠맡으며 가까스로 병원을 유지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한 교수는 "연구와 교육을 포기하고 환자 진료에 매달린다"며 "한 명이 해야 할 일을 세 명이 떠맡다 보니 탈진 상태인 의료진이 늘고 있다"고 했다.


A 대학병원도 매한가지다. 이 병원 측은 "수술 건수는 전공의 이탈 전보다 20% 이상 줄었고, 중환자실 운영도 위태롭다. 의료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우려했다. 특히 응급실 운영이 차질을 빚고 있다.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전문의들이 채우다 보니 응급환자 이송 대기 시간이 길어졌다. 중증 환자치료 지연사태도 속출하고 있다.

◆의료 시스템 붕괴 우려 현실화


전공의 없는 병원 운영이 '뉴 노멀(새 기준)'로 굳어지는 추세지만 그 뒤에 숨은 의료진의 피로도는 위험 수위에 있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필수의료쪽 상황은 더 심각하다. 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외과에선 전공의가 부족해 진료가 원활하지 않다. 대구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B 교수는 "소아과 전공의가 없어지면서 환자들이 앞다퉈 서울로 가고 있다. 이는 지방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의료진 부족도 큰 문제다. 대학병원에서 밀려난 환자들이 지역 병원으로 몰리면서 중소병원들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환자를 떠안고 있다. 대구의 한 종합병원장은 "대학병원이 정상 운영되지 않으니 우리 병원에 환자가 몰리고 있다. 지방 병원은 전문의도 부족한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진료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의정갈등 1년…탈진 상태 대구경북 병원, 전공의 없이 어디까지 버틸까?
전국 수련병원 상반기 인턴 모집일 마지막 날인 4일 오후 대구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병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사직 또는 임용을 포기한 전공의 2천967명이 모집 대상이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2026학년도 의대 정원 확정 임박


정부는 이달 중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확정한다. 정원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의료계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증원 철회 없이는 대화조차 어렵다"고 맞선다. 지역 의료계는 신중모드다. 경북대병원 교수로 퇴직한 C 의학박사는 "정부가 의료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한 것도 문제지만, 의료계가 대안 없이 반대만 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며 "서로 한 발씩 양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14일 의료 인력 추계 관련 공청회를 연다. 지역 의료계도 적극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공청회가 실질적인 대화의 장이 될지는 미지수다. 지금처럼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면 전공의 복귀는 더욱 요원해진다.

◆대화가 필요해


현재 의료진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환자들은 길어진 대기 시간 속에서 불안감을 호소한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의료진의 번 아웃은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당장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대구경북지역 의료체계는 더 큰 위기에 내몰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역 의료계는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대화를 촉구한다. 의견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지 않는다면 전공의 없는 병원은 '뉴 노멀'이 아니라 '붕괴'의 전조가 될 수 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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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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