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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정신·노하우 '무형자산' 전수…가업승계 의미 넓힌다

2025-02-05

['100년 기업' 새 패러다임 기업승계] <上> 이제는 기업승계…(1) 100년 기업의 조건 기업승계

창업정신·노하우 무형자산 전수…가업승계 의미 넓힌다

중소기업 CEO의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기업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질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데다 세금 등 제도적 미비로 가업 승계의 한계에 부닥친 중소기업들이 문을 닫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가업 승계 프로세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할 경우 향후 10년간 32만5천개의 기업이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한 실직자는 300만명을 훌쩍 넘어서고, 매출 손실은 무려 794조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장자 승계를 중심으로 한 친족 승계에서 벗어나 광범위한 '기업승계'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기업 재산을 가족에게 물려주는 가업 승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영자의 창업정신, 경영 노하우 등 무형자산까지 이전하는 기업승계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한국보다 중소기업 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에선 M&A(기업인수합병)형 기업승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중소기업청에 의하면 중소기업의 M&A 성사 규모가 매년 3천~4천 건에 이르고, 잠재적인 M&A 양도자도 60만명에 달한다. KDB미래전략연구소 박희원 전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일본 정부는 M&A를 기업승계 수단으로 인정해 2018년부터 사업양도의 경우 등록면허세·부동산취득세 인하 등의 세제 우대를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남일보는 연중 기획 '100년 기업 새 패러다임, 기업승계'를 통해 중소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한다. 

 

후계자 없는 국내 중소기업 10곳 중 3곳 M&A 통한 승계 고려


'100년 기업'은 모든 기업인의 희망이자 꿈이다. 최소 3세대 이상의 소비자나 거래 기업이 이 기업에 대해 지지하고, 또 응원해야 가능한 수치다. 여기에 내부 구성원의 로열티와 경영인의 리더십이 방향성과 지속성을 공유해야 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장수기업은 그 자체가 경외의 대상이다.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성장동력을 찾아내고, 그에 그치지 않고 경쟁력을 유지했다. 하나금융연구소의 '100년 기업의 조건'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업력이 100년 이상된 기업은 일본 4만5천여곳 등 모두 8만개 이상으로 집계됐다. 반면, 국내에는 상장기업 7곳을 포함해 모두 16개사에 불과했다. 대구경북에는 단 한 곳도 없다. 영남일보는 100년 기업이라는 경제의 기둥을 육성하고, 기업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단순한 가업승계에서 벗어나 '기업승계'라는 새로운 장수기업 육성 패러다임에 대해 9차례에 걸쳐 알아본다.

#1

쓰리쎄븐은 손톱깎이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다. 하지만 2008년 창업주인 김형규 회장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회사는 혼란에 빠졌다. 사망 2년 전부터 가족과 임직원들에게 증여한 주식 240만주, 370억원 어치가 상속이 됐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결국 거액의 상속세로 말미암아 경영권 매각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다.

#2

유니더스는 의료용 장갑과 콘돔 분야 국내 1위 업체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세계보건기구(WHO)에 납품하기도 했다. 하지만 창업주가 2015년 사망하면서 유족들은 주식을 상속받기 위해 50억원의 상속세를 마련해야 했으나 당장 여의치 않았다. 여기에 사드 여파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결국 회사를 사모펀드에 매각하게 된다.

◆후계자는 없고, 세금 부담은 많고

대한민국의 경제 기반을 다진 1·2세대 창업주들이 고령화됨에 따라 2~4세대가 전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가업승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조업 부문 중소기업 경영자 평균 연령은 2022년 55.3세에서 2012년 51.3세로 증가했다. 특히 60세 이상 경영인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같은 기간 14.1%에서 33.5%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들 대다수는 현재 승계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법 제도의 제약이나 후계자 부재 등으로 승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우선 후계자 부재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실시한 기업승계 관련 설문조사에서 60대 이상 중소기업 대표들의 64.7%는 자녀 승계를 희망했지만, 임직원이나 인수합병(M&A)을 통한 제3자 기업승계 선호 비중도 32%를 넘어섰다. 자녀 승계를 선호하는 해당 대표 자녀의 20.5%는 가업승계를 원치 않았으며 현재 후계자가 없는 기업 중 31%는 M&A를 고려하고 있었다.

과도한 상속세 부담도 기업의 지속성을 막고 있는 부분이다. 한국의 현행 상속·증여세제는 30억원 초과 금액에 대해 50%라는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우수한 기업들이 승계 문제로 인해 폐업하거나 매각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이유다.

제조업 中企 60세 이상 경영인 34%
대다수가 사실상 승계절차 진행 중
과도한 상속세에 기업 지속성 타격
친족 외 승계 등으로 '다각화' 추세


◆늘어나는 가족외 기업 승계

사업을 승계한다는 것은 사업의 경영권과 소유권을 이전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가족기업의 형태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업승계를 경영권승계와 지분승계 두 가지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사업의 장자 승계를 당연시 해왔다. 하지만 최근엔 가족 이외에 직원 승계나 외부경영인, 심지어 경영권 매각 등 다양한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일본과 독일은 가족기업 비중이 각각 90%와 78%를 차지한다. 반면, 한국과 미국은 가족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특히 한국 전체 기업 중 65~70%가 가족기업으로 추정되나, 최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가업승계를 포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고령화 심화와 함께 국내 중소기업 경영 승계 이슈가 대두되면서, 기존의 친족승계 중심의 기업 승계 방식에서 친족외 승계 및 M&A를 통한 기업승계 등으로 가업승계 방식이 다각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창업 후 시장에서 자리를 잡더라도 명문 장수기업으로 살아남기 쉽지 않아서다. 한국가족기업연구소는 1세대에서 2세대로 생존하는 비율이 30%, 3세대는 12%, 4세대의 경우 3%로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日 저성장 극복 원동력은 장수기업
수출·고용·투자 등 부문 기여도 커
창업가의 노력·혁신 높이 평가하고
정부 제도 개선으로 승계 지원해야


◆불황기 경제 버팀목은 장수기업

일본이 '버블경제'가 끝난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이어진 저성장시대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장수기업을 꼽고 있다. 이 기간 장수기업의 도산율은 단 1%도 되지 않았다. 오랜 세월 확고하게 뿌리내린 기업가정신과 경영원칙이 위기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업력이 쌓일수록 매출액과 자산이 확대되면서 수출, 고용 능력, 연구개발(R&D) 비용도 증가해 경제적 기여도 및 사회적 가치가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장수기업 육성은 전체 산업의 성장과 직결된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실제, 업력이 40년 이상인 기업은 업력 10년 미만인 기업에 비해 수출과 고용 능력은 8배, R&D 투자비는 3배가량 높다는 분석이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2022년 '기업의 업력별 경영성과 비교' 보고서를 통해 업력이 늘수록 법인세 담세능력이 최대 32배 높아지고, 고용 창출 능력은 11배 커진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따라서 장수 기업과 가업 승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 장수기업이 많은 독일과 일본은 가업 승계를 단순히 '부의 대물림'으로 보지 않는다. 기술, 경영, 사회적 공헌의 대물림으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이들 국가에서 대기업뿐 아니라 장수 기업 요건을 갖춘 중소·중견 장수 기업이 즐비한 이유다.

반대로 국내에 장수기업이 적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산업화 역사가 짧기도 하지만 높은 상속세율에 따른 세금 부담과 노사 불균형 문제, 각종 규제 등이 '반(反)기업 정서'와 시너지를 일으키며 기업의 장수를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박종문 영남일보 M&A지원센터장은 "창업가가 기업을 일궈온 노력과 그 기업의 가치, 혁신을 이뤄낸 과정 등을 높이 평가하고 이를 계승해 '100년 기업'을 키워가야 한다"면서 "가업승계가 불가능한 기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금융지원, M&A 지원 등을 우리나라 상황에 맞도록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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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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