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에 오르니 광활한 남해 비경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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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전망대에서 본 남해 다도해. 윤슬전망대에 올라서니 해발이 조금 더 높아졌는데 풍경은 경이롭게 바뀌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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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부 전망대에서 본 노자산 정상. 노자산 자연휴양림은 각가지 나무들로 엉기어 숲이 울창하게 우거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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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노자산 파노라마 케이블카. 2023년 3월19일 개장했다. |
천연기념물·희귀 동식물의 寶庫
길이 1.56㎞·편도 10분 케이블카
활엽수림대 울창한 숲 발아래에
은백색 바다와 해무 수려한 경치
산·다도해 파노라마 풍경에 탄성
나에게 있어 섬은 일종의 수저이다. 이전에는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을 믿었지만, 이제는 사람이 곧 돈이라는 인내전(人乃錢)이 시대의 화두가 됐다. 그 돈 때문에 인간은 각박해지고 영혼은 비쩍 마르고 앙상하다. 그러나 나는 섬을 상상하고 그 섬의 바다를 그려볼 때마다 머리가 맑아지고 또다른 나를 거기서 발견한다. 그렇게 확장되고 새로워진 나에게 섬은 수저가 되어 굶주린 영혼에 고봉밥을 떠먹여 준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그 섬이 없다면 어디서 영혼이 위로를 받을까. 그중 거제도는 은수저다. 바다를 머리에 이고 사는 사람들에게 상상과 꿈을 떠 넣어 영혼을 배불리는 그 은수저 같은 섬이다. 이 섬에는 가는 곳마다 걸어가는 자의 생각에 녹아있는 풍경이 나타난다. 그러면 그때마다 자아의 외피 같은 경치가 또 한 번 나를 에워싼다. 그것이 무엇이든 나를 어딘가로 이끄는 힘이 이 섬에 넘쳐난다. 그곳에는 또다른 것들이 나를 사로잡고 이어지는 다른 장소, 다른 시간으로 나를 탐험하게 한다. 통영에서 신거제대교를 지나고, 거제 둔덕기성 즉 고려 의종이 무신정변으로 유폐되어 과거 폐왕성으로 불리기도 했던 그 사적을 멀리서 보며 고교 시절 국정교과서 국어책에서 배우기도 했던 청마 유치환 시인의 생가 인근을 지나 노자산 파노라마 케이블카 주차장에 도착한다.
서기 2023년 3월19일 개장된 노자산 파노라마 케이블카. 길이 1.56㎞이고 편도 10분이 소요된다. 학동 고개를 등받이 한 하부 정류장에서 10인승 케빈을 타고 오른다. 허공에서 내려다보는 노자산 자연휴양림은 각가지 나무들로 엉기어 숲이 울창하게 우거졌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시야가 더 확대되며 긴장과 공포가 생체리듬을 만든다. 산은 활엽수림으로 가득 덮여 있고 아름다운 숲 거기에 희귀한 야생 동식물들이 살고 있다. 이상기후와 무분별한 개발의 쓰나미로 이 순간에도 사라져 가는 동식물 어류의 종이 있다 하는데, 여기는 마치 생태계의 방주처럼 다양한 새들과 멸종위기의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윽고 상부 정류장에 도착해 먼저 전망대로 간다. 뷰 포인트다. 시야가 봇물 터지듯 툭 터진다. 눈에 다 차지 않을 만큼 사방으로 탁 트인 드넓은 풍경에 어안이 벙벙 감탄한다. 가라산 쪽 가까이 윤슬 전망대가 있고 섬 북쪽으로는 노자산 정상이 보인다. 우리나라에도 섬과 바다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다니 세상은 넓고 광활하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해발이 더 높은 윤슬 전망대로 바로 간다. 불과 100m 거리다. 이곳도 사방이 일망무제다. 해발이 조금 더 높아졌는데 풍경은 경이롭게 바뀐다. 이제 바다와 산야가 한눈에 다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넓고 아득하다. 저 멀리 구름도 안개도 아닌 자욱한 그것이 무엇일까. 바다는 온통 햇빛이 비치어 반짝이는 물결로 은박지를 깔아 놓은 듯 환상 방황을 만든다. 머릿속까지 하얀 물결이 밀려오는 것만 같다. 아마 영혼이 그 외양을 드러낸다면 저런 풍경일 것이다. 은백색의 바다와 섬과 섬 그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해무는 영혼을 먹는 하마처럼 나의 영혼까지 꿀꺽해 버린다. 저 다도해는 모든 사람의 영혼이다. 정말 그렇게 보였다. 거긴 신앙 없는 현대인의 교회이고 사찰이다. 또한 극락이거나 천국일 것이다. 다빈치의 '모나리자', 뭉크의 '절규', 귀를 자르고 권총으로 자살한 고흐의 생전 그림처럼. 서편제에서 판소리의 슬픈 가락을 위해 약을 먹여 눈까지 멀어버린 송화가 부른 한을 맺고 푸는 진도 아리랑이 상상과 리듬이 되어 현실을 파먹어간다. 왜 우리는 사람이 즉 바다와 섬인 걸 모르고 돈과 저문 욕망만을 노래하는가. 왜 우리는 불륜과 허위로 얻은 쾌감을 못내 그리워하는가. 이제 온갖 어둠이 고이는 내면을 벗어나 새로 찾은 나를 영접하러 나가야 한다. 바다와 섬이 던지는 그 영감 넘어 어딘가에 활짝 열려 있는 고통받는 가슴 식히는 그곳, 영혼이 물결치는 바다와 섬과 섬이 깊은 잠을 깨우는 그곳으로 걸어가야 한다.
남동쪽에 가라산이 시계 방향 서쪽으로 매물도, 비진도, 연화도, 욕지도, 용초도, 한산도 다수 무인도가 보인다. 그리고 임진왜란 시 이순신 통제사 승전지도 여러 곳이다. 그중 한산도는 삼도 수군 통제영이 자리했던 섬으로 호국 혼이 지금도 살아 숨 쉬는 유서 깊은 섬이다. 고개를 북쪽으로 돌리면 30분 거리에 노자산 정상이, 거제도의 산방산, 계룡산, 선자산, 북병산이 보인다. 조금 더 눈을 돌려 본다. 360도 회전이며 파노라마 풍경이다. 동쪽은 지심도, 내도, 외도, 대마도, 해금강, 바람의 언덕, 우제봉이 바다 사이로 수려한 경치를 만든다. 쪽빛 바다를 수놓은 보석 같은 섬이 펼쳐져 눈에 쌍무지개가 뜬다. 그리고 기쁨이 '헐 꺄하하' 감탄사가 되어 허공으로 번진다. 한참을 그렇게 먹먹하게 보내다가 노자산으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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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일 시인 방방곡곡 트레킹 회장 |
지난날 노자산에서 다양한 새들을 찾아보는 탐조 행사가 열렸다. 천연기념물 6종, 멸종위기종 5종 등 모두 57종과 법정 보호종 50여 종이 공생하는 노자산은 거제도 마지막 원시림으로 '뭍 생물이 엉켜 사는 보고'로 불린다. 이런 곳에서 시행된 탐조 행사는 큰 의미가 있었다. 천연기념물인 팔색조를 비롯해 긴꼬리 딱새, 큰유리새, 파랑새, 솔부엉이, 소쩍새, 꾀꼬리 등을 발견했다. 그때 참가자들은 모두 들었다. 팔색조의 울음을, 솔부엉이 소쩍새의 울음을. 맑고 고왔다. 그건 우주의 소리였다. 나도 언제쯤 그런 새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그 새소리를 듣게 되면 잃어버린 나를 찾을 수 있을까. 현재의 나를 돌이켜보니 저절로 탄식이 나왔다.
글=김찬일 시인 방방곡곡 트레킹 회장 kc12taegu@hanmail.net
사진=최재혁 여행사진작가·후 이비인후과 원장
☞문의 : 거제도 노자산 파노라마 케이블카 (055)637-3311
☞주소 : 경남 거제시 동부면 거제 중앙로 288
☞트레킹 코스 : 하부 정류장-파노라마 케이블카-윤슬전망대-노자산 정상전망대-상부 정류장
☞인근 볼거리 : 매미성, 이수도, 장사도, 지심도, 우제봉 전망대, 거제박물관, 거제 식물원, 청마 생가 기념관, 칠천량 해전공원, 대통령 별장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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