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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동대구로에서] 신태용과 정몽규

2025-02-12

'印尼 축구' 사령탑 신태용,

월드컵 본선 진출 앞두고

인니축구협회에 전격 경질

정몽규, 논란에도 4선 도전

행정에 발목잡힌 축구 아쉬워

[동대구로에서] 신태용과 정몽규
이효설 체육팀장

지난달 26일, 수카르노 하타 공항에서 신태용 전 인도네시아 축구 감독의 귀국길을 직관했다. 앞서 인도네시아축구협회는 신 감독을 전격 경질했고, 수백여 명의 인니(印尼) 축구팬들이 떠나는 '영웅'을 배웅하는 현장이었다. 그는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인니 축구'의 영웅으로 등극한 신 감독의 소식을 자주 접했지만, 솔직히 체감은 못했었다. 이국의 출국장에서 접한 그 광경은 그래서 더욱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현지 언론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가운데, 그를 빈틈없이 둘러싼 서포터즈들은 '신따용 응원가'를 목이 터져라 제창했다. 누군가는 오열을 했다.

이들 무리의 중심엔 신태용의 얼굴을 그린 하얀 깃발이 오롯이 휘날렸다. '히스토리 메이커'란 글자가 선명했다. 명장에 대한 예우, 참 따뜻했다. 인파에 휩싸여 게이트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를 보며, 신태용은 절대 인도네시아를 잊지 못하겠구나 싶었다.

신태용의 마지막 인사는 또 한번 이 나라 국민들을 울렸을 것이다.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 2026년 월드컵은 꼭 진출해야 한다, 우리 선수들이 월드컵 나가는 게 내 소원이다.

'동남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미쓰비시컵 조별리그에서 인도네시아는 탈락했다. 그래서 경질됐다는데 어째 석연찮다. 장기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인니축구협회의 오피셜을 누가 믿겠는가. 게다가 경질 이틀 만에 새 사령탑을 뽑았다. '인니 축구도 축구협회가 문제'라는 비아냥이 들리는 이유다. 축구에 개입하는 정치, 한국 축구가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고질적 병폐를 인니에서도 보았다.

신 감독은 새 바람을 일으켰다. 물러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2019년 말, 인도네시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후 미쓰비시컵에서는 2020년 준우승, 2022년 대회에선 4강에 올랐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서는 황선홍 감독이 이끌던 한국을 8강에서 꺾었다. 인니협회는 신 감독과 계약을 2027년까지 연장했다. 그뿐인가. 인도네시아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도 올라가 있다. 사상 첫 본선 진출 가능성이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리더십 위기가 오버랩된다. 무수한 반대를 무릅쓴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첫 올림픽 본선 탈락, 갑작스러운 홍명보 감독 선임, 선임 과정의 특혜 등으로 축구협회를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축협의 장기적 비전 부재, 사유화 의혹, 효율 중심의 시스템 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최근 내놓은 자서전 '축구의 시대'에서 "축구협회가 한 점의 티 없이 운영돼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야말로 축구를 파괴할 수 있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적었다. 낡은 언론관, 국민 정서를 대하는 자세가 훤히 드러난다.

그런 그가 4선 연임에 도전한다. 정부의 중징계 요구에 따라 후보 자격 논란이 있었지만, 축협 선거운영위원회는 결국 자격을 인정했다. 축협이 또다시 정몽규의 길을 터준 것이다. 대단하다. 인니축구나 한국축구나 결국 축협이 발목을 잡는다. 축구는 죄가 없다.
이효설 체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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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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