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 재능 가로막아
방치되는 한국 유소년 축구
강국, 유소년에 적극적 투자
정부·기업, 미래 위해 나서야
골든타임 놓치면 재능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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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사회2팀장 |
어린 시절부터 공 하나만 바라보며 뛴 소년이 있었다. 새벽부터 공을 차고, 해가 질 때까지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그에게 축구는 놀이가 아니라 꿈이었다. 학교 운동장 한쪽에서 맨발로 공을 차던 그는 지역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중학교 진학 후 상황은 달라졌다. 훈련 시설은 낙후됐고, 전문적인 코칭을 받을 기회도 없었다. 지원 부족 속에서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 결국, 그는 축구를 포기했다. 반면, 비슷한 실력이던 일본 유소년 선수는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속에서 성장하며 프로 무대에 올랐다. 두 선수의 미래를 가른 것은 재능이 아니라 환경이었다.
김효찬(대구 화원초 6년·K리그1 대구FC 산하 율원중 진학 예정)이 '제37회 차범근 축구상' 수비수 부문을 수상했다. 대구경북에선 유일하다. 탄탄한 기본기, 강한 경기 운영 능력을 갖췄다. '포스트 김민재'라는 기대를 받는다. 하지만 이런 인재가 화수분처럼 배출되려면 특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금 한국 유소년 축구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한국 유소년 축구는 여전히 학원 스포츠 중심이다. 소수만이 프로 문을 통과한다. 과정은 냉혹하다. 학업과 훈련을 병행하기 어렵다. 지나친 승리 지향 문화는 창의성을 막고, 부상을 부른다. 제대로 성장하기도 전에 사라지는 인재가 많다.
유럽과 일본은 다르다. 독일은 DFB(독일축구협회) 주도로 12세 이하 리그를 운영한다. 체계적인 전술 교육이 동반된다. 일본은 J리그 산하 클럽들이 유소년 육성을 맡아 학업과 축구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한다. 한국은 지도자 역량과 학교 지원 여부에 따라 선수의 기량 향상 여부가 판가름난다.
유망주 육성의 핵심은 인프라다. 한국은 유소년 전용 훈련장이 부족하다. 인조잔디 구장이 대부분이다. 유럽처럼 유소년부터 프로까지 연결되는 육성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도자 양성도 시급하다. 한국 유소년 지도자는 대부분 학교 교사나 선수 출신이다. 지도자 교육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않다. 유럽은 UEFA(유럽축구연맹) 라이선스를 통해 철저히 검증한다. 한국도 지도자 교육을 강화하고, 정기 연수를 의무화해야 한다. 선수뿐 아니라 지도자도 성장해야 한다.
유소년 축구는 한국 축구의 미래다. 하지만 여전히 '프로 선수가 되지 못하면 실패'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사고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축구는 단순한 프로 진출이 아니라 협동심, 인내, 도전 정신을 키우는 과정이다. 일본은 축구를 통해 사회적으로 건강한 인재를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한국도 프로 선수 배출이 아니라 '건강한 스포츠 문화 조성' 관점에서 유소년 축구를 바라봐야 한다.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대한축구협회는 유소년 리그 활성화, 전용 훈련장 확충, 지도자 교육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 후원도 필수다. 단순한 후원이 아니라, 축구팀 운영과 훈련 시설 개선 등 장기적인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 세계 축구 강국들은 모두 유소년 축구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한다. 우리는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논한다. 하지만 유소년 축구 투자는 여전히 부족하다. 인프라가 없으면 제2의 김효찬, 제2의 김민재도 없다. 유망주들이 개인 노력으로만 한계를 뛰어넘기 힘들다. 지원 없이는 성장도 없다.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강승규 사회2팀장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