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목적 살인 등 혐의… 유족 재심 청구 5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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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사태 이후 군에서 금기시됐던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사진이 근 40년 만에 일선 부대에 다시 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육군 등에 따르면, 김 전 중정부장의 사진은 지난 5월 말부터 그가 지휘관을 지냈던 군부대 역사관 등에 다시 전시되고 있다. 3군단(왼쪽)과 6사단 역사관에 걸린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사진. 2019.8.1. 연합뉴스 |
10·26 사태로 사형을 선고받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재심이 열린다. 유족이 재심을 청구한 지 5년, 1980년 김 전 부장이 사형된 지 45년 만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이재권 송미경 김슬기 부장판사)는 19일 김 전 부장의 내란 목적 살인 등 혐의에 대한 재심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기록에 의하면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단 소속 수사관들이 피고인을 수사하면서 수일간 구타·전기고문 등 폭행과 가혹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는 인신 구속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피고인에 대해 폭행·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형법상 폭행·가혹행위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관들의) 직무에 관한 죄가 김 전 부장 사건의 실체관계와 관련이 있는지는 재심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고려할 사정이 아니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증명됐음에도 그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성돼 확정판결을 받을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재심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과 차지철 전 청와대 경호실장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6개월 만인 이듬해 5월 사형에 처해졌다. 유족들은 지난 2020년 5월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10·26 사태와 김 전 부장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재심 개시 여부를 심리하기 위해 지난해 세 차례 열린 심문에는 과거 김 전 부장을 변호한 안동일 변호사(84)가 직접 출석해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안 변호사는 "10·26 사건을 이야기할 때마다 당시 재판은 재판이 아니라 개판이었다는 막말을 여러 번 했다. 제가 그리 막말하는 사람이 아닌데 왜 그랬겠나"라며 "지금 생각하면 오욕의 역사라 그랬다. 치가 떨리고 뼈아픈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 재판은 절차적 정의가 철저히 무시됐다"며 "아무리 군법회의라 해도 사법부인데 옆방에 차출돼 나온 검사와 판사 10여 명이 앉아서 재판을 지켜보며 쪽지를 전달하고 코치를 했다"고 덧붙였다.
심문에선 김 전 부장의 최후진술 녹음 일부도 재생됐다. 녹음에는 '저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혁명하지 않았다' '10·26 혁명의 목적은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고 국민의 희생을 막는 것' '유신체제는 국민을 위한 체제가 아니라 박정희 각하의 종신 대통령 자리를 보장하는 게 됐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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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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