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소설과 달리 역사적 사실 충실
명나라 장수로 임진·정유전쟁 참전
조선 귀화후 대구 정착 등 삶 풀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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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에 위치한 명나라 장수 두사충의 재실인 모명재. <영남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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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곤 지음/평화당출판사/220쪽/1만5천원 |
두사충은 당나라 시인인 두보의 21대 후손이며 명나라 때 기주자사를 지낸 두교림의 아들로서 두릉에서 태어났다. 두릉은 지금의 산서성 서안 남쪽에 있다. 두사충은 명 조정에서 복야관청의 주인인 상서 벼슬을 지내다 두 번이나 조선에 파견됐다. 처음에는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군 이여송과 함께 들어와 활동했고, 두 번째는 정유재란 때 그의 매부인 진린 제독과 같이 들어와 이순신 장군과 더불어 노량해전이 끝날 때까지 생사고락을 같이 했다. 풍수 전문가인 그의 직책은 수륙지획주사(水陸地劃主事)로서 적을 공략하기 유리하도록 진지를 잡고 군사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임무를 맡았다.
전쟁 중에는 이순신 장군과 서애 류성룡, 오리 이원익, 약포 정탁, 송강 정철 등 조선의 대신들과 친교 관계를 맺었다. 정유재란 이후에는 본국으로 귀환하지 않고 조선 땅 대구도호부에 정착했다. 그는 조선팔도를 돌아다니면서 아름다운 조선 땅을 탐구하고 뜻있는 선비들의 집터와 묘터를 잡아 주었다.
두사충이 조선 땅에서 겪은 전쟁 경험과 풍수사로서의 삶, 고국을 그리워한 이야기는 하나의 서사이며,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대부분의 서사는 웅장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서사의 대상은 역사에 남을 전쟁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 위대한 장군들의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서사는 위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름 없는 병사의 전쟁 경험도 훌륭한 서사가 될 수 있다.
문제는 두사충에 관한 자료가 극히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두릉두씨세보 등 일부의 자료만 존재한다. 임진·정유전쟁에 참전했고 조선의 대신들과 교유관계를 맺었으며 대구도호부에 정착했다는 단편적 기록만 전하고 있다. 그래서 두사충의 삶을 엮어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저자에 따르면 이 책을 쓰는 것은 무질서하게 흩어진 점들을 연결해 질서정연한 선을 잇는 작업이었다. 비유한다면 이리저리 흩뿌려진 뼛조각을 하나씩 모아 형태를 만들고 거기에 살을 붙여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었다. 가능하면 역사적 사실을 충실하게 반영하려 노력했기에 대부분이 창작인 기존 소설과는 다르다.
두사충의 삶은 조선과 명, 왜(倭)가 얽힌 임진·정유전쟁과 불가피하게 연관돼 있다. 그의 삶은 동아시아 3국 간 치러진 이 국제전쟁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징비록' '선조실록' '수정선조실록' '난중일기' '용사잡록' '모명선생유결' '모명선생실기' 등의 자료는 물론 '두사충의 대명단 터 조사사업보고서' 등의 도움을 받았다. 최근 진주박물관에서 번역한 '명나라의 임진전쟁(송응창, 경략복국요편)'과 '명나라의 정유전쟁(형개, 경략어왜주의)' 시리즈는 당시 전략을 총괄 기획하는 송응창과 형개가 명나라 조정과 장군들에게 보낸 작전 지시와 장계를 모아 번역한 책이다. 저자는 이들 책이 "임진·정유전쟁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두사충이 이순신, 이여송, 진린 제독과 함께 목숨을 걸고 전장을 누빈 훌륭한 장수였음을 말하려 한다. 전장에 뛰어들어 생사를 넘나든 그의 행적을 통해 두사충을 단순히 풍수를 보는 술사로만 바라보는 시선을 거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저자 김신곤은 영남일보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부기자와 논설위원, 편집국장을 지낸 언론인이다. 경북대 심리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불교종립대학인 위덕대에서 응용불교학을 전공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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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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