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의성·청송·영덕·영양 등 피해지역, 물량은 최대 2~3배↑…단가는 절반 수준↓

지난 7일 봉화 송이 첫 공판에서 거래된 1등품 송이. 표면이 매끄럽고 갓이 단단하게 닫혀 있어 향과 품질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준오기자
올해 경북 송이는 '산불 피해 속 풍년'이란 역설적인 결과를 맞았다.
지난 3월 안동·의성·청송·영덕·영양 일대를 휩쓴 대형 산불로 산지 일부가 불타 출하량 급감을 우려했다. 하지만 기상 여건 호조와 일부 지역의 '대풍'이 맞물리며 오히려 전체 물량은 급증했다. 문제는 공급 과잉과 품질 편차로 단가는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농가의 체감 수익은 되레 줄었다.
산림조합중앙회 임산물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10월 18일 기준) 경북 주요 5개 공판장(안동·청송·영덕·봉화·의성)의 송이 거래량은 총 2만6천23㎏, 거래금액은 47억2천714만원대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만1천288㎏, 45억3천600만원)보다 물량은 20% 이상 늘었지만, 평균 단가는 하락했다.
특히 3월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의 출하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안동은 올해 6천16.98㎏, 거래금액 10억1천694만 원으로 지난해(2천392.97㎏, 5억2천351만 원) 대비 물량은 2.5배, 금액은 약 1.9배 증가했다. 청송도 2천66.9㎏에서 5천524.73㎏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지만, 거래금액은 4억9천72만 원에서 11억632만 원으로 두 배 수준에 그쳐 단가 하락이 뚜렷했다.
의성은 올해 297.96kg, 5천151만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233.77㎏, 4천791만 원)보다 소폭 증가했다. 산불 피해가 컸던 지역 중 한 곳이지만 일부 산지에서 출하가 재개된 것으로 분석된다. 영덕은 올해 1만1천480.85㎏, 거래금액 20억4천717만 원으로, 지난해 1만5천931.1㎏, 33억2천70만 원보다 물량은 소폭 줄었지만 금액은 40% 가까이 감소했다. 영양군은 올해 산불 여파로 출하 시기가 다소 늦어졌으나, 10월 중순 기준 공판 물량이 전년 수준을 회복하며 시장 정상화에 들어섰다.
반면 송이로 유명한 봉화는 송이 생산량이 대폭 상승했다. 올해 2천703.16㎏(5억511만 원)으로 지난해(663.88㎏, 1억5417만 원)보다 물량은 4배 이상 증가했고, 단가도 도내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송이 단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등외품 비중의 급증이다. 1등품은 지난해 50만 원대에서 올해 40만 원 안팎으로 떨어졌다. 개산품은 30만 원대에서 17만 원대로, 등외품은 25만 원대에서 11만 원 수준으로 급락했다. 청송·안동·영양 일대 산불 피해지의 일부 임상 여건이 나빠지면서 송이의 크기와 선도가 불균일해진 것도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줬다.
전문가들은 "10월 하순 이후 기온이 내려가고 출하량이 줄면 단가가 다소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올해 전체 생산량이 이미 전년을 초과한 만큼, 수요가 따라주지 않으면 가격 회복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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