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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대현(광복회 대구지부장) |
"기미년 삼월 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독립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삼일절 노래를 떠올리면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다. 이날은 우리 민족이 세계만방에 독립을 선포한 날이자 독립 의지를 표출한 날이었다. 바야흐로 세계가 일본의 식민 지배에 신음하던 '동방의 횃불' 한국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1919년 발표된 3·1 독립선언서 및 3·1 운동에 기초하여 일본의 대한제국 침탈과 식민 통치를 부인하고, 한반도 내외의 항일 독립운동을 주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한민국의 망명정부인 임시정부가 설립됐다. 임시정부는 1919년 4월11일 중화민국 상하이시에서 수립되었고,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섬으로써 해산되었다.
그런데 최근 우편향 가치관에 의한 식민지 근대화론자와 1948년 건국절 주창자들의 황당한 주장들이 우리 국민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급기야 작년에는 정부가 주최하는 광복절 기념식과 광복회의 광복절 기념식이 따로 열리는 사태까지 낳았다. 극우 논리를 펴는 인사들이 독립기념관 관장을 비롯한 국가의 중요한 역사기관의 기관장으로 임명되어 활약하고 있다. 이 또한 국민의 가치관에 혼란을 주고 있어 매우 염려스럽다.
건국절 주창자들은 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으며, 심지어 일제 강점기에 우리 국민은 일본인이라고까지 주장한다. 1948년에 건국했다는 논리 또한 어거지가 아닐 수 없다. 엄연히 임시정부를 가진 대한민국이 존재했으며 1948년 제헌 헌법 전문에 '우리들 대한민국은 기미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로 표현하여 1919년 건국에 1948년 정부 수립이라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그러니 1919년 건국, 1948년 정부 수립이어야 합당한 설명이 된다.
또 어처구니없는 점은 건국절 주창자들이 우리의 해방이 일본의 패망과 미국의 승전에 따라 저절로 이루어진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임시정부의 활약과 목숨을 바쳐 싸워온 독립군의 저항이 끊이지 않았고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등의 활약으로 우리 민족의 독립 의지를 확고히 만방에 보여준 덕분에 카이로 선언에서 '연합국이 승전하면 영토 문제에서 특별히 한국에 대해서는 앞으로 자유독립국가로 승인할 것을 결의'하여 처음으로 한국의 독립이 국제적으로 보장을 받았다.
이처럼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 대한민국의 국가 성립과 국가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역사적 사실이 분명함에도 이를 왜곡, 날조하여 새로이 건국절을 주창하거나 식민지근대화론으로 일제 강점기를 미화하는 친일 부역자들에게 단호히 경고한다.
이번 삼일절을 계기로 크게 반성하여 우리 대한민국이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국가로 세계를 향해 떳떳이 나아갈 수 있도록 더 이상 국론을 분열하는 일을 이제는 그만두길 바란다. 단군조선으로부터 대한민국까지 반만년을 이어온 우리 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내부에서 폄훼하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삼일절 106주년을 맞이하는 즈음에 만감이 교차하는 심사를 감출 수 없다. 엄혹한 강점기에 나라를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여기며 싸우신 독립운동 애국지사를 생각하며 새로운 각오로 민족정기를 가다듬어야 할 때다.우대현(광복회 대구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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