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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타워] 대한민국은 내전 중

2025-02-27

[영남타워] 대한민국은 내전 중
최수경 사회에디터

대한민국 곳곳이 살벌한 전장터로 변했다. 지난해 12·3 계엄선포를 계기로 국민이 양쪽으로 쪼개져 석 달째 참전 중이다. 일상이 된 것 같다. 진보·보수를 자처하는 세력들은 자극적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선동적 구호를 외치며 핏대를 올리고 있다. 일부 보수성향의 기독교계와 2030들이 합세하면서 전선(戰線)이 확대됐다. 주말 광장만 시끌벅적한 게 아니다. 직장이나 술자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날선 공방이 쉴 새 없이 오간다. 추종하는 이념과 그 중심 인물에 대한 맹목적 옹호와 철통 방어가 난무한다. 영락없는 이념 편향발(發) 내전이다. 힘들게 쟁취한 민주주의가 오염돼 대립에만 몰두하는 상황이다.

극단적 봉기(蜂起)는 '냄비 속 개구리 이론'을 연상케 한다.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넣으면 곧바로 뛰쳐 나오지만, 찬물에 넣고 천천히 데우면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 채 서서히 죽어간다. 지금 대한민국이 딱 그 짝이다. 물론 12·3 계엄선포와 탄핵정국이 도화선이지만, 이념논쟁이 이 정도로 격화될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야당이 통과시킨 정책법안에 거부권만 행사하다 볼짱 다 본 대통령이 꺼내든 건 44년 만의 계엄선포다. 충격파는 온 나라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엔 불편한 사실들이 존재한다. 계엄후 일찍 덧씌워진 '내란 프레임'에 한동안 가려졌다가 재조명된 의회 다수당의 입법폭주, 29번의 줄탄핵, 과도한 예산 삭감이 그것이다. 내란죄 수사권 확보 여부가 불분명한 수사기관들 간 '묻지마 경쟁' 수사 및 영장 쇼핑은 이념적 간극을 더 키웠다.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근간이던 '다수결'의 가치에 대해선 적잖은 혼란이 빚어졌다. 압도적 의석을 차지한 야당은 '국민의 뜻'이라며 국회를 입맛대로 운영했다. 인내를 요하는 타협보다는 속전속결 처리에만 천착했다. 정당 간판만 보고 표를 주면서 생긴 필연적 결과다. 선거제도가 달라 직접 비교는 불가하지만 미국 의회 시스템이 마냥 부러울 따름이다. 선거때마다 공화당과 민주당 간 의석차가 크지 않아 중요 현안처리땐 늘 설득과 양보의 여지가 있어서다.

이른바 '라쇼몽 효과'의 고착화도 걱정된다. 동일 사안에 대해 각자 관점에 따라 서로 해석이 달라지면서 본질을 다르게 인식하는 현상이 난무하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일본의 '영화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50년 작품 '라쇼몽'에서 유래됐다. 영화에선 한 사무라이의 죽음을 놓고 네 명의 진술이 모두 엇갈리는 상황이 전개된다. 어떤 이슈가 생기면 남이 뭐라고 해도 자기식대로 해석하는 식이다. 자기 생각을 타인에게 주입까지 한다. 대타협은 언감생심이다. 일종의 '집단 가스라이팅'인 이념 싸움엔 치료약이 없다. 내로남불보다 훨씬 고약한 난치성 질환이다. 이념적 사고에 깊이 빠진 사회의 가치관은 온통 헝클어진다. 사회적 화두에 대한 대전환이 절실하다.

계엄과 탄핵이 쏘아올린 '이념 내전'에 휴전 가능성을 점쳐볼 '헌재의 시간'이 곧 다가온다. 어느 쪽이 이기든 '상처뿐인 영광'이다. 조기 대선을 겨냥, 야당 당수는 벌써 우클릭한 경제정책을 내세우며 표심잡기에 들어 갔다.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면 37년 만에 개헌을 해서 새로운 공화국 시대를 여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 말로만 제왕적 대통령, 다수당 입법 폭거를 외치지 말고 실천을 하자. 소모적 이념 논쟁에서 국민을 해방시킬 때가 됐다.

최수경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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