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0306010000713

영남일보TV

[이재윤 칼럼] 트럼프에 대한 시각 교정

2025-03-07

[이재윤 칼럼] 트럼프에 대한 시각 교정
이재윤 논설위원

한국의 일부 식자층이 트럼프를 형편없는 속물로 폄훼하거나 예측 불가능한 망나니 정도로 얕잡아보는 건 잘못이다. 진보 지식인들 사이에 유독 이런 오만과 편견이 가득하다. 물론 그가 선하지도, 정의롭지도, 공평하지도, 신뢰할만하지도 않다는 지적엔 동의한다. 심지어 그는 '전쟁 중 아군에게 총부리를 돌리는' 위험한 존재다.

그러나 '트럼프 세상' 한 달 보름은 그가 대단히 똑똑하고 주도면밀한 전략가이며 목표지향적 승부사이자 이익 추구에 탁월한 현실주의자임을 넉넉히 증명하고도 남는다. 3연속 공화당 대권 주자가 된 것이나 미 역사상 가장 부자 대통령이며 132년 만에 탄생한 '징검다리 재선 대통령'이 된 그의 능력을 얕보고 있다면 당장 시각 교정을 해야 한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최고의 셀럽이었고, 자서전이 베스트셀러가 됐을 정도로 성공한 저술가이다. 특히 협상의 달인이다. 그의 대박 작품 중 하나가 'The art of Deal'이다.

트럼프-젤렌스키 회담. 커튼 뒤에서 자기들끼리 할 얘기가 고스란히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회담이 끝나고 며칠 뒤에서야 사람들은 "모든 것은 트럼프의 설정(setup)이었다"(대니얼 스나이더·미 스탠퍼드대 교수)라며 감탄했다. 젤렌스키에게 "왜 정장을 입지 않았냐"며 시비를 걸기 시작한 건 트럼프가 아니다. 보수 성향의 한 유튜버다. NYT 기자도 CNN, 폭스뉴스의 앵커도 아닌 한낱 유튜버를 그 자리에 앉힌 것도 이상하지만, 그가 정상 간의 대화에 갑자기 끼어든 게 경악스럽다. 그런데 밴스(미 부통령)가 이를 보고 빙긋이 웃지 않는가.

트럼프가 누구인가. 10년 이상 NBC '어프렌티스'를 진행한 TV리얼리티 쇼의 달인이다. "you're fired"란 유행어를 만들며 스타 반열에 오르고 정계에 입문하게 된 토대는 TV였다. TV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훤하게 간파한다. 생중계로 이날 회담을 전 세계인에게 다 보인 건 철저히 준비된 기획이고 치밀한 전략이다. 트럼프는 무서운 사람이다. 젤렌스키는 미국의 도움 없이는 홀로서기 어려운 우크라이나의 초라한 현실을 절감하며 하루도 못 가 트럼프에 백기 투항했다. 40~50분짜리 'TV쇼' 한 방으로 트럼프는 의도한 목적을 다 거머쥐었다. '트럼프와 밴스가 놓은 덫'(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계산된 정치적 매복'(잭 리드·미 상원의원)에 '전 세계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한 나라의 용기 있는 대통령'(스나이더 교수)이 걸려든 것에 유럽이 분노하지만, 그 분노가 왠지 늦겨울 시든 바람처럼 공허하다.

회담의 함의와 트럼프의 진의를 읽는다고 한 주 동안 난리굿을 쳤다. '미·북 협상 시 한국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가 전해졌다. 침묵하던 트럼프가 마침내 '한국'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저께 의회 연설에서 '미국이 손해 보는 동맹'으로 특정했다. 한국을 손볼 차례라는 시그널이다.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는 근거 없는 수치를 내밀었다. FTA를 체결한 한-미는 대부분 무관세로 교역한다. 트럼프의 오해를 바로잡을 정상이 없다. 권한대행은 트럼프와 통화조차 하지 못했다. 마주 앉더라도 서생의 시각으로서는 트럼프의 상대가 안 된다.

이때 문득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김현종(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다. 국가가 다시 그를 부를 때가 온 것 같다. '김현종 사용법'은 추후 부언할 기회가 있을 듯하다.

논설위원

기자 이미지

이재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