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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감포항 100년, 어촌 현실 개선부터

2025-03-10

[취재수첩] 감포항 100년, 어촌 현실 개선부터
장성재기자〈사회3팀〉

올해 감포항이 개항 100년을 맞았다. 경주시는 오는 4월25일부터 28일까지 '감포항 100년 기념행사'를 열고, 또 2025년 APEC 정상회의와 연계해 감포항을 세계적인 해양레저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경주시는 민관이 함께 추진한 '2025 어촌신활력증진사업' 공모에도 선정돼, 수산업 기반시설과 생활서비스 복합시설, 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까지 내놨다. 계획대로라면 향후 100년을 바라볼 탄탄한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지난해 말 발생한 감포항 어선 사고는 관광 활성화라는 외형적 성과만으로 감포항의 미래가 밝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점을 드러낸다. 지난해 12월9일 감포항 인근 해상에서 어선과 모래운반선이 충돌해 7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된 한국인 선원 3명의 나이는 각각 80세, 75세, 70세로, 어촌 고령화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들과 함께 변을 당한 외국인 선원 4명의 나이는 20~40대로, 어촌을 지탱하는 주력 노동력이 이미 외국인들로 대체된 상황임을 증명했다. 실제 사고 당일에도 부두에서는 외국인 선원들이 묵묵히 그물을 손질하고 조업 준비에 나섰다. 어촌의 빈자리를 외국인이 채우는 현실을 명확하게 드러낸 장면이었다.

해양수산부의 2024년 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국인 선원은 10% 이상 줄어든 반면 외국인 선원은 15% 이상 증가했다. 한국인 선원 중 절반 가까이가 60세 이상 고령자이며, 어촌의 인력난과 고령화 문제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시사하고 있다. 외국인 선원의 임금 수준은 여전히 한국인 선원의 약 90% 수준에 불과하며, 사고보상금 역시 한국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부가 2026년까지 임금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했지만, 외국인 선원은 단체교섭권도 없고 개별적 협상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경주시가 추진하는 '감포항 100년 기념행사'와 어촌신활력증진사업 등은 감포항의 가치를 높이고 관광자원을 발굴하는 데는 의미가 크다. 하지만 그 성과를 온전히 얻으려면 어촌 사회의 근본적 문제인 고령화, 외국인 선원의 처우, 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실질적 노력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관광지로서 외형을 꾸미는 것도 좋지만, 어촌을 지탱하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공정한 처우를 받을 수 있는 환경부터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감포항 100주년이 단지 역사적 기념행사나 관광 활성화 프로젝트를 넘어 지속 가능한 어촌, 수산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실질적인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장성재기자〈사회3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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